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2016년 4ㆍ13 총선을 앞두고 친박(친박근혜)계 후보들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는 데 유리하도록 세부적인 공천 룰까지 연구해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제공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한 신동철 전 비서관과 박모 행정관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공선법) 위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신 전 비서관에 따르면 2015년 11월부터 현기환 당시 정무수석으로부터 ‘20대 총선에 최대한 친박 의원이 많이 당선되도록 전략을 기획하라’는 지시를 받고 여러 차례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과정에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 측이 ‘100%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한 데 대한 대응책으로 구체적인 공천 룰을 만들었다. 김 의원 제안대로 경선이 진행될 경우 ‘비박’ 세력이 확대돼 박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검토된 공천 룰은 ▦일부 경선을 수용할 경우 전화 여론조사에서 중년ㆍ노년층의 비율을 높일 방안 ▦현역 의원에 덜 유리한 양자구도 경선이 비박계 의원의 지역구에서 성사되도록 할 방안 ▦비박계 현역 의원이 근소하게 앞설 경우 ‘컷오프 제도’를 활용할 방안 등이다. 신 전 비서관은 이런 내용이 보고서로 작성돼 현 전 수석을 통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신 전 비서관은 “결과적으로 실제 경선에서 이런 룰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당시에도 이한구 위원장이면 (청와대가 만든 룰대로) 해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자료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됐을 것이란 의견도 밝혔다. 신 전 비서관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공천은 결과적으로 파장이 크기 때문에 대통령이 ‘안 된다’고 하면 할 수가 없다”며 “한번도 그런 식으로 말씀이 없으셨던 것으로 봐서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보고를 받지 않았겠느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공선법 위반 사건은 당초 지난달 14일 변론이 종결된 후 이달 20일 선고가 예정된 상황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친박 인사를 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누리당 살생부’를 작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추가 신문 기일을 잡아줄 것을 요청한 데 따라 이날 추가로 기일이 열렸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징역 3년 의견을 바꾸지 않았고, 재판부는 예정대로 이달 20일 오후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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