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축구팀 12명과 코치 1명
동굴서 실종 열흘 만에 생존 낭보
“고맙다” 태국 전역 흥분의 도가니
계속되는 비로 현장 접근 어려워
“잠수 교육 예정” 정부 발표 속에
“최후의 수단일 뿐 위험” 우려 커
또다른 진입로 탐색 등 구조 총력
“고맙다, 고맙다.” (생존자)
“모두 몇 명인가?” (구조대)
“열셋이다, 열셋.” (생존자)
“멋지다. 너희들은 정말 강하다. 강해.” (구조대)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州) 매사이 지구의 탐루앙 동굴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소년들과 코치의 ‘전원 생존’ 동영상이 공개되자 동굴 밖 실종자 가족들은 환호와 함께 눈물을 쏟아 냈다. 지난달 23일 오후 치앙라이 축구클럽 유소년팀(11~16세) 소속 12명 소년과 코치(25)가 오후 훈련을 마치고 관광차 동굴에 들어갔다 실종된 지 열흘 만이다. 태국 해군 네이비실이 3일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아이들은 열흘 동안 먹지 못한 탓에 다소 마르고 힘은 없어 보였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이들이 발견된 곳은 폭우로 물이 불어나면서 고립된 동굴 입구로부터 무려 5~6㎞나 떨어진 곳이다. 당국은 폭우로 동굴 안쪽에 물이 차면서 이들이 갇혔을 것으로 보고 24일부터 해군 해난구조 잠수대원 등 군인 600여명을 동원해 본격적인 수색에 나섰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 구조대원 30여명, 영국 동굴탐사 전문가, 중국 동굴 구조 전문가 6명, 필리핀과 미얀마, 라오스 구조대도 수색에 가세해 1,000여명이 구조 작전에 투입됐다.
하지만 계속되는 비 때문에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다가, 지난 주말 비가 그치면서 동굴 내 수위가 낮아지자 수색을 재개, 전날 밤 낭보를 전했다. 실낱 같은 희망이 현실이 되자 태국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지원과 협조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영국 구조대원은 “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우리가 첫 번째다. 이제 걱정하지 말라”고 생존자들을 안심시켰지만, 구조대와 생존자들 앞에 놓인 길은 그야말로 첩첩 산길이다. 특수 훈련을 받은 구조대원들이 잠수와 수영, 암벽등반으로 현장을 드나들었지만 어린이들을 동굴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일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당국은 우선 동굴 속 배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기를 맞은 현장에는 연일 비가 내리고 있어 배수작업의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조에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생존자들에게 잠수 교육을 시키는 방안도 나왔다. 태국군은 성명을 통해 “생존자들이 최소 4개월을 견딜 수 있는 양의 식량을 준비할 것이다. 생존자 13명에게 잠수 교육도 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생존자들의 체력을 회복시킨 뒤 직접 잠수 장비를 착용, 구조대를 따라 동굴 밖으로 나오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법에 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국제 수중동굴구조대 소속의 지역 협력관 에드 소렌슨은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앞이 보이지 않게 될 경우 아이들이 당황하게 돼 위험에 빠지거나, 동행한 구조대원까지 해칠 수 있다”며 “다이빙을 통한 구조는 극도로 위험한 방법이다.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BBC에 말했다.
호주 동굴탐험협회의 피터 울프도 “동굴의 길이와 환경을 감안하면 식량 공급도 쉽지 않다”며 “현재로선 생존자들에게 식수와 음식 등 보급품을 제공하면서 동굴 수위가 낮아지거나 새로운 입구를 찾을 때까지 머무르게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존자들의 위치가 확인되자 태국 당국은 동굴 뒤로 연결된 수직갱 탐사도 벌이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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