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세력 개입한 것 아니냐”
감정 섞인 글쓰기 경쟁 눈살
공론화위 “소통의 장일뿐
개편 방향에 영향 없을 것”
“수능시험으로 모두가 한날 한시에 진검 승부를 해야죠.” “수능점수 몇 점 차이로 인생의 판도가 바뀌면 아이들 미래는 계속 어두울 겁니다.”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의제에 대한 국민 의견수렴을 위해 지난달 21일 온라인에 개설한 ‘모두의 대입발언대(www.edutalk.go.kr
)’에 피를 튀기는 댓글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주 까지만 해도 하루 20건 정도의 댓글이 전부였으나 주말을 기점으로 하루 200여건씩 급증하면서 3일 오후 5시 기준 총 3,000건을 넘었다. 일각에선 교육단체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의제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댓글 전쟁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공론화위가 제시한 4개안 중 여론전이 뜨거운 건 대입수학능력시험(수능) 전형으로 45% 이상을 선발하는 1안(의제1)과 수능 전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각 대학이 수능ㆍ학생부 전형 비율을 자율로 정하는 2안(의제2)이다. 사실상 정시 확대와 축소를 각각 대표하는 두 의제 게시판에는 각각 1,400개가 넘는 의견이 달렸다. 2일까지만 해도 1안에 대한 댓글이 많았으나 3일 오전을 기점으로 2안 게시판의 댓글 수가 앞섰고 이후 두 게시판에 달린 의견 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며 공방이 이어지는 중이다. 마치 아이돌 팬덤층 간에 댓글 경쟁을 펼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각 의제 지지자들의 댓글 경쟁은 “특정세력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식의 감정적인 의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제2 게시판에 잠깐 동안 300개 댓글이 무더기로 올라온 것을 보면 의제2를 지지하는 일부 전교조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움직인 것 아니냐”(의제1 지지자 A씨), “의제1에는 수능으로 돈 벌어보려는 학원 선생님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댓글을 다는가 봅니다”(의제2 지지자 B씨)는 식이다. 의제1과 비슷한 내용의 의제4(수능 전형 늘리는 동시에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 균형 확보) 게시판에는 “1안과 4안으로 의견이 분산되면 엉뚱한 2안이 채택될 수도 있으니 1안으로 (댓글을)모아주시길 바랍니다”라는 글도 보인다.
이들의 열띤 여론전에도 불구하고 대입발언대 속 의견은 제도개편 방향 결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게 공론화위의 공식 입장이다. 공론화위 관계자는 “대입발언대는 소통의 장일 뿐 그 의견을 분석해 시민참여단에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온라인 여론전은 시민참여단을 선발해 숙의를 진행하는 7월 말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1 학부모 이수연(40)씨는 “시민참여단 수는 400명으로 너무 협소하고 우리 같은 실제 당사자들의 입장을 반영하려면 댓글로라도 의견을 계속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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