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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LTE도 없던 中, 어떻게 5G 세상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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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LTE도 없던 中, 어떻게 5G 세상이 되었을까

입력
2018.07.03 17:15
수정
2018.07.0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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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로 공사하고 손님 알아보는 로봇 개발도 ‘뚝딱’

“기술 발전 속도 세계 최고 수준

한국은 ‘킬러 콘텐츠’로 승부 봐야”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유니콤 직원이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 푸동(浦東)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5세대(5G) 통신으로 베이징 도로에 주차돼 있는 버스를 주행시키고 있다. 상하이=맹하경 기자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유니콤 직원이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 푸동(浦東)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5세대(5G) 통신으로 베이징 도로에 주차돼 있는 버스를 주행시키고 있다. 상하이=맹하경 기자

“5년 전에는 LTE도 없던 나라인데….”

지난달 27~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18’을 둘러본 국내 통신사 연구개발(R&D) 부문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5세대(5G) 기술 수준에 대해 감탄하며 이렇게 말끝을 흐렸다. 그는 “보기 전까지는 아직 중국이 한참 뒤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확인해보니 선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뿐만 아니라 5G가 도입되면 당장 구현할 수 있도록 준비를 탄탄히 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5G가 시작되는 2020년 관련 기술, 서비스 시장에서 중국이 굉장히 위협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1위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에 따르면 중국에서 4G인 LTE가 상용화된 건 5년이 채 안 된 2013년 12월이다. 2011년 이미 LTE를 상용화한 한국보다 2년 이상 뒤처져 있었던 중국의 추격 속도는 5G 시대를 맞아 무섭게 빨라지고 있다. 차이나모바일의 경우 수백㎞ 떨어진 대형 기계를 원격 조종하는 기술과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이 완성 단계이다. MWC 전시장에서도 차이나모바일은 상하이 푸둥(浦東)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800㎞ 떨어진 베이징 인근 허베이(河北)성에 있는 굴착기를 실시간 움직이는 것을 시연했다.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직원이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 푸둥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800㎞ 떨어진 허베이성에 있는 굴착기를 5세대(5G)로 연결해 조종하고 있다. 상하이=맹하경 기자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직원이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 푸둥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800㎞ 떨어진 허베이성에 있는 굴착기를 5세대(5G)로 연결해 조종하고 있다. 상하이=맹하경 기자

차이나모바일 관계자는 “무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시작한 게 작년이지만 푸동 진차오(金橋) 지역에 자율주행만을 위한 시범 5G망 구축을 끝냈고 주행속도를 시속 수십㎞까지 올리고 있다”며 “중국 정부와 국가개발위원회 조직 주도로 전국 12개 대도시에 5G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는 국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이 중 5개 도시에 도시당 100개씩 5G용 기지국만 총 500개 세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정보처리 기술인 양자암호통신(에너지의 최소 단위인 양자의 복제 불가능 특성을 이용한 암호기술) 시장에서도 중국이 앞서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만 2020년까지 13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인데, 2016년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통신을 활용한 인공위성을 발사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광학장비 개발사 HTGD가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난징(南京)부터 소주(蘇州), 상하이에 이르는 지역에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했다.

중국 로봇 개발사 인봇(INBOT)의 고객 응대용 로봇 P3는 매장을 방문한 손님의 얼굴을 알아보고 적당한 제품을 추천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상하이=맹하경 기자
중국 로봇 개발사 인봇(INBOT)의 고객 응대용 로봇 P3는 매장을 방문한 손님의 얼굴을 알아보고 적당한 제품을 추천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상하이=맹하경 기자

대기업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2013년 6월 설립돼 주로 고객 응대용 로봇을 생산하는 중소 로봇 개발사 인봇(INBOT)은 5년 동안 6세대 모델까지 출시를 마쳤다. 고객이 궁금한 걸 물어보면 알려주는 정도의 서비스 로봇은 우리나라에서도 LG전자 등이 시범 서비스 중이다. 조(JOE) 인봇 국제판매담당은 “인봇 모델은 고객 얼굴을 인식하는 게 핵심”이라며 “중국 백화점 등에 들어가 있는데, 얼굴을 알아보고 먼저 다가가 인사한 뒤 고객의 평소 쇼핑 정보를 불러와 분석하고 오늘 할인하는 품목 등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해당 모델을 이 업체가 개발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년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환경과 내수 시장에서 해외로 눈을 돌린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R&D 투자 등이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게 정보기술(IT)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 1위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는 선전(深圳) 대학병원과 개인병원 보건소 등 실제 의료환경에서 원격 수술 솔루션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2위 이통사 차이나유니콤은 베이징 도로에 주차된 버스를 상하이에서 주행시키는 시범 테스트를 자유롭게 진행 중이다. 의료법 도로교통법 등 산적한 규제들로 국내에서는 시험도 쉽지 않은 서비스들이다. 고객의 얼굴을 인식하는 로봇 기능도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가로막혀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2017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R&D 투자가 가장 많은 상위 기업 2500개 중 중국 기업 수는 376개로 미국(822개) EU(567개)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들의 전년 대비 투자 증가율은 18.8%로 2,500개 기업 평균 상승폭(5.8%)을 크게 상회했고 미국(7.2%) EU(7%)도 앞질렀다.

우리 정부는 2019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정부 지원과 막대한 투자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술 자체뿐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능력 즉, ‘킬러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판단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세계 최초 타이틀도 중요하지만, 꼭 5G가 필요한 서비스를 한발 앞서 설계하고 구현해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LTE를 상용화했어도 페이스북과 구글이 시장을 선점한 것처럼 ‘5G 위에 무엇을 얹을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정부와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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