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설립… 자체 심사 거쳐 10월 선정키로
한림원의 성 추문 미온적 대처에 항의 의미도
스웨덴 한림원을 둘러싼 성 추문 파문으로 올해 노벨문학상 선정 자체가 불발된 가운데 이를 대체할 대안 문학상이 추진된다. 성 추문 수습 과정에서 보여 준 한림원의 미온적 대처에 항의하고, ‘미투(Me too)’ 운동의 저항 정신을 살려 나가자는 취지가 담겼다.
영국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스웨덴 작가, 배우, 언론인, 문화계 인사 등 100여명이 한림원(the Swedish Academy)과 유사한 이름의 ‘뉴 아카데미(the New Academy)’라는 단체를 설립, 대안 문학상 시상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 아카데미는 미투 운동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문학과 문화는 특권, 편향으로 인한 오만 그리고 성차별 없이 민주주의와 투명성, 공감 그리고 존중을 증진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이 단체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성 18명이 스웨덴 문화계 거물이자 한림원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지만, 한림원은 별다른 조치 없이 유야무야 넘겼다. 이에 반발한 종신위원 6명이 올 들어 집단 사퇴로 반발했고, 급기야 지난 5월에 올해 노벨문학상 발표는 없다고 선언했다. 한림원이 수상작 선정을 포기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이후 75년 만에 처음이었다. 스웨덴 문화계에선 이번 대안 문학상 추진과 관련해 기득권을 지키고자 제 식구 감싸기에만 열을 올렸던 한림원에 대한 항의 표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 아카데미는 자체 심사를 거쳐 매년 노벨문학상이 발표됐던 10월에 맞춰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먼저 스웨덴 전국에 근무하는 사서들로부터 작가와 작품을 추천 받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개 투표를 통해 후보군을 좁혀 나갈 방침이다. 또 교수와 편집자 등으로 이뤄진 배심원단의 최종 심사를 통해 수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적과 상관없이 최소 2권의 책을 냈고, 10년 안에 신간을 발표한 작가라면 후보에 오를 수 있다.
심사 기준 역시 기존 노벨상과는 다르다. 노벨문학상의 경우 “이상적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에 주안점을 뒀지만, 대안 문학상은 세계 곳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가에 주목하겠다고 밝혔다. 뉴 아카데미는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 다음 날인 12월 11일 공식 해산할 예정이다.
한편 스웨덴 한림원은 2019년에는 올해 뽑지 못한 것까지 포함해 노벨상 수상자를 2명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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