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팔고 떼인 돈까지 받아주는 등
평등하고 엄격하게 공권력 행사
IS 경찰, 사소한 분쟁도 척척 해결
극단주의 집단 악명에 치안 장악
2016년 이슬람국가(IS) 치하 이라크 북부의 대도시 모술에서 북쪽으로 약 12㎞ 떨어진 텔카이프. 닭을 팔아 생계를 꾸리던 자이드 이마드 칼라프(24)는 바리크라는 이름의 한 IS 병사에게 닭 한 마리를 팔았다. 그런데 바리크가 닭값의 3분의 2가량인 8,000디나르(약 7,900원)만 내고 나머지는 다음날 주겠다고 우겼다. 물론 이튿날 바리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른 상인이라면 무서운 IS전사에게 맞서지 못했겠지만 이마드는 달랐다. 4,000디나르를 받겠다며 텔카이프에 있는 IS 산하 이슬람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다음날 병사는 헐레벌떡 나타나 이마드에게 대금을 치렀다.
정통 칼리프 국가를 표방하며 모든 주변국을 적으로 돌렸던 괴뢰 무장단체 IS가 통치지역에서는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매우 세밀하고 효율적인 사법 서비스를 제공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마드의 사례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가 이라크 정부군을 통해 입수한 IS 점령 당시 이슬람 경찰서의 사건 해결 자료에 나타난 대표 사례다. 고작해야 4,000원 남짓 미수금을 돌려받는 일은, 과거 이라크 정부 경찰이었다면 뇌물을 찔러 줘야 움직일 법한 일이다. 이마드의 동생 알로시 이마드는 “과거엔 누군가에게 연줄이 없으면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라면서 “사법에 관해서라면 IS가 정부보다 나았다”고 주장했다.
이마드처럼 다른 주민들도 폭행이나 재물 손괴 같은 사소한 사건에서 IS 경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농부인 아메드 모하메드 카디르는 이웃 목동 3명에게 양이 자신의 밭을 망친다고 항의했다가 폭행을 당했다. 신고를 받은 IS 경찰은 목동을 잡아다가 다음과 같은 각서를 받았다. “형제 아메드 모하메드 카디르를 때리거나 욕하지 않겠습니다. 양이 남의 땅을 침범하지 않게 하겠습니다. 이를 어길 시 모든 법적 제재와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IS 치하에서 이 표현은 사형을 암시한다.
IS가 이처럼 사소한 분쟁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사법 서비스를 제공한 건 민심을 얻기 위해서다. IS는 민간 노동력과 제품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환심을 사야 한다는 점을 잘 알았다. 설령 피고발인이 IS 병사나 경찰관이라 해도 예외 없이 엄격한 법이 평등하게 집행됐다. 물론 종교 의식에서 졸거나 웃어도 처벌할 정도로 엄격한 독재 국가였기에 사법이 효과적이었던 측면도 있다. 악명을 익히 아는 피고발인들이 최대한 명령을 따랐기에 집행 효과가 컸다는 것이다. IS 점령지에 거주한 200명 이상과 인터뷰한 마라 레브킨 미국 예일대 연구원은 “IS는 점령지에서 민심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사소한 불만에도 빠르고 효과적인 해법을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법 정의를 내세운 IS식 민심 잡기가 효과를 본 이유는 이라크 중앙정부 통치 당시에는 그만큼 부패가 심했다는 걸 의미한다. 민심의 틈을 노린 반란과 테러가 빈발하고, 정부의 통치력이 악화하면서 IS에 국토를 빼앗기게 된 것이다. 이라크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의 도움으로 물리적으로 IS를 격퇴했지만, 여전히 부패 척결이라는 난제가 남은 셈이다. 이 때문일까.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와 올해 5월 총선에서 제1당이 된 ‘행군자동맹’ 지도자 무크타다 사드르는 모두 반부패를 기치로 내걸고 개혁을 약속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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