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부회장과 여비서의 이야기. 능력 있는 ‘왕자’와 그 왕자만을 바라보는 ‘신데렐라’의 사랑이 전개될 게 뻔하다. 그런데 아니다. 최근 시청률 8%를 넘긴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김비서’)는 시청자들의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첫 회부터 부회장 이영준(박서준)과 그의 비서 김미소(박민영)의 상하관계를 비틀면서 기존의 ‘로코’(로맨틱코미디) 공식을 깼다. 멜로가 사랑 받지 못하는 시대, 인상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김비서’의 가장 큰 인기요인은 허를 찌르는 전개다. 비서 없이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이영준은 김미소의 사표에 충격을 받는다. 9년 간 뒷바라지 한 비서의 사표 제출은 상사와 비서 사이 ‘갑을 관계’를 뒤바꾸며 흥미를 유발했다. 이영준이 갖은 방법을 동원해 김미소를 붙잡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주된 내용이다. “공적 관계는 사라지고 사적 관계에 집중”(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해 이색 로맨스를 빚어냈다.
동명 원작 웹소설부터 이야기가 탄탄했다. 웹소설은 조회수 5,000만건을 기록했고, 동명 웹툰은 조회수 2억건과 구독자 500만명을 넘었다. 웹소설과 웹툰으로 입증된 이야기의 힘이 드라마에서도 발휘됐다.
사랑이야기를 중심에 든 드라마의 시청률은 최근 부진을 거듭해 왔다. KBS 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2017)과 MBC 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2017), ‘위대한 유혹자’(2018)는 시청률이 1%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멜로드라마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자조가 방송가에 떠돌았다. 방영 중인 SBS 수목드라마 ‘훈남정음’과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KBS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도 시청률이 저조하다. 4~5%대다. 지난 5월 종방한 JTBC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예쁜누나’) 정도만 선전했다.
‘예쁜누나’의 성공은 공감을 이끈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이었다. ‘김비서’도 마찬가지다. “‘로코’의 정석이 만났다” 말이 나올 정도로 박서준과 박민영의 연기력은 믿음을 주기 충분했다.
두 배우의 남다른 노력도 시청률 상승에 한 몫 했다. 박민영은 촬영을 앞두고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며 드라마를 대비했다. 소속사 나무엑터스 관계자는 “깡마른 몸매 때문에 살이 빠졌다고 걱정하는 팬들이 많지만, 사실은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서준은 단정한 ‘쓰리 피스’ 수트로 캐릭터를 구축했다. 소속사 콘텐츠와이 관계자는 “원단부터 디자인까지 꼼꼼히 따져 만든 수트를 입는다”고 밝혔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