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윌리안 등과 눈부신 호흡
초반 부진 털고 16강 1골1도움
발목 부상 여파·상대편 집중 견제
조별리그 2차전 땐 골 넣고 눈물
살짝 밟히고 엄청난 비명 뒹굴어
BBC “악어에 물렸나” 비꼬기도
“호날두도 없고, 메시도 없고.”
2018 러시아월드컵은 세계 최고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ㆍ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31ㆍ바르셀로나)가 16강에서 일찌감치 짐을 싸 김 빠진 대회가 될 뻔 했다. 하지만 또 한 명의 슈퍼스타 네이마르(26ㆍ파리 생제르맹)가 대회를 치를수록 위력을 찾아가고 있다. ‘메날두’(메시+호날두) 없는 월드컵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네이마르는 3일(한국시간) 러시아 사마라 아레나에서 끝난 멕시코와 대회 16강전에서 후반 6분 0의 균형을 깨는 선제골을 넣고 후반 43분엔 호베르투 피르미누(27ㆍ리버풀)의 쐐기 골을 돕는 등 펄펄 날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대회 두 번째 골을 신고한 네이마르는 조별리그 초반 부진을 딛고 최고 몸값 선수의 자존심을 세웠다.
네이마르는 월드컵을 앞두고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여름 최고 이적료(2억2,200만 유로)로 스페인 FC바르셀로나에서 프랑스 파리생제르맹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지만 활약상은 기대 이하였다. 지난 2월엔 리그 경기 중 발목을 크게 다쳐 시즌 아웃 됐다. 이후 3개월 가량 재활에만 몰두하다가 월드컵 개막 직전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스위스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파울만 10차례 당하는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 시달려 침묵했고 팀도 1-1로 비겼다. 브라질 팬들과 언론은 네이마르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심신이 지쳤던 그는 코스타리카와 2차전서 쐐기 골을 넣고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은 네이마르의 편이었다. 네이마르는 대회 초반 훈련 부족으로 동료들과 팀워크에 문제를 보였지만 점점 팀에 녹아 들었다. 공수 균형을 중요시 여기는 브라질의 치치 감독은 대회 전부터 “네이마르가 이끄는 브라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호날두와 메시에게 의존하는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와 다르게 팀을 조직적으로 만들었다. 네이마르도 동료들과 호흡을 맞춘 시간이 늘어나며 팀과 함께 살아났다.
치치 감독은 멕시코전 승리 후 “브라질의 최대 강점은 밸런스”라며 “일각에서는 우리 팀을 두고 국가대표팀이 아니라 클럽 팀처럼 경기를 한다고 하는데, 나는 이것을 칭찬으로 받아들인다”고 조직력에 만족스러워했다. 클럽 팀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출 수 있어 조직력이 좋은 반면 대표팀은 A매치를 앞두고서야 선수를 소집해 조직적인 부분에서 취약하다. 네이마르와 좌우 측면 공격을 책임진 윌리안(30ㆍ첼시) 또한 “우리는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고, 수비 상황에서는 매우 굳건하다”며 “공수에서 둘 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네이마르는 멕시코전에서 1골 1도움으로 화려한 부활을 알렸지만 경기 중 지나친 할리우드 액션으로 비난을 샀다. 1-0으로 앞선 후반 26분 멕시코 미겔 라윤(30ㆍ세비야)이 공을 줍는 과정에서 넘어져 있던 네이마르의 발을 살짝 밟았는데, 네이마르는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발을 밟힌 건 맞지만 시간을 끌면서 상대 선수의 퇴장을 위해 과도하게 행동을 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미국 USA투데이는 “재능을 갖췄지만 축구엔 골칫거리”라며 “부끄러운 줄 모르는 속임수를 쓴다”고 꼬집었다. 영국 BBC 해설위원인 코너 맥나마라는 “악어에 물린 것처럼 행동했다”면서 “팔, 다리를 잃은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에 네이마르는 “멕시코가 나를 다치게 하려고 한 행동이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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