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진의 실수와 비디오판독(VAR), 결정적인 오심 등 늘 그렇듯 (한 끝 모자란 실력이 불러온) 불운이 지배했던 대한민국의 경기와 달리 일본은 1차전에서부터 승리의 여신과 함께했다.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해 초반 골을 넣는 것도 모자라 퇴장까지 얻어낸 것이다. 경기 내내 수적 우위를 유지한 일본은 1점차 신승을 거둔다. 2차전 세네갈과 무승부 이후 치러진 폴란드와의 3차전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게임으로 남을 만하다. 16강 티켓 한 장을 두고 겨루던 일본과 세네갈은 승점, 득실차, 다득점까지 모두 같았다. 일본은 폴란드에게 지고 있었지만,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선다는 ‘하나의 사실’과 콜롬비아가 세네갈에서 실점하지 않을 것이라는 ‘하나의 믿음’을 근거로 후방에서 볼을 돌리는 데 집중한다. 결국 그들은 토너먼트에 진출했으며 관중의 야유도, 세계 언론의 비판도 결과를 바꾸진 못했다. 일본은 축구를 포기하고 토너먼트 진출권을 얻어냈다.
우리는 뿌듯한 동시에 배가 아팠던 것 같다. 바로 전날 대한민국은 실로 오랜만에 투혼과 전술이 모두 빛나는 경기를 펼쳐 세계랭킹 1위 독일을 잡아냈으니까.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유일한 16강 진출국은 어디까지나 일본이니까. 그렇게 복잡한 심경으로 16강전을 보았다. 어쩐지 저 얄미운 일본을 벨기에가 크게 이겨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으나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이웃나라에 갖는 괜한 질투심 같다는 찜찜한 자기반성도 뒤따랐다. 결과는 3대 2, 벨기에 승리.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결승골로 일본은 졌다. 일본은 한 때 2대 0까지 앞섰으나 선수 교체를 통한 벨기에의 공세에 전술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마지막 코너킥에서의 전원 공격은 조금 무모해 보였는데, 결국 수비로 복귀하지 못하고 결승골을 헌납했다. 그럭저럭 공평한 결과로 보인다. 만약에 일본의 감독이 전술적으로 조금 더 유연했거나, 일본의 골키퍼가 조현우 급이었거나, 일본 수비수가 김영권 급이어서 일본이 8강에 진출했다면 솔직히 말해 배가 많이 아팠을 것 같다. 아직까지도 그들을 응원하지는 못하겠다. ‘쿨’하지 못해 보이겠지만, 여전히 그렇다.
변명하자면 세계의 축구팬 거개가 ‘쿨함’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가 독일을 이긴 순간 런던과 파리의 펍에 모인 축구팬 거의 모두가 환호했다고 한다. 초대 월드컵에서부터 브라질의 발목을 잡아왔던 우루과이를 리우 시민이 응원할 것 같지는 않다. UEFA 결승에서 리버풀을 응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이 있었을까?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어떤 마음의 움직임으로 인해, 일본의 패배를 바라는 것도 축구의 일부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고로 ‘쿨’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벨기에가 이겨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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