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점 찾지 못할 경우엔
국회 지도부 없이 제헌절 맞을 듯
야당들이 야권 몫인 국회부의장 두 자리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제 1, 2야당이 한 석씩 가져갔던 관례에 따라 한 석을 자유한국당이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위기지만, 나머지 한 석을 두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상황이다. 특히 이 문제는 상임위원장 배분과도 맞물려 있어, 두 당이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국회가 17일 제헌절을 지도부 부재 상태로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원 구성은 상식과 원칙, 국회 관행에 따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이번 주 안으로 (협상을) 매듭 짓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유의동 원내수석도 “바른미래당의 협상 원칙은 간단하다”며 “의석 수에 비례해 배분해 왔던 선례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가 ‘원칙’과 ‘선례’를 거듭 강조하고 나선 것은 부의장 자리를 노리는 평화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 간의 선례를 따르면 부의장 한 석은 30석의 바른미래당이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화당은 “부의장 두 자리를 모두 보수야당에 내줄 수는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한 석을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20석)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부의장 후보로는 바른미래당에서 정병국 주승용 의원이, 평화당에서 조배숙 천정배 장병완 의원 등이 거론된다.
바른미래당 안팎에서는 평화당이 무리하게 부의장 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원 구성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 18석의 상임위원장 중에서 더불어민주당 8석, 한국당 7석을 빼고 남는 3석 가운데 2석을 평화와 정의가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위원장 역시 선례를 그대로 따른다면 바른미래당이 두 석을 가져가야 한다. 야권 관계자는 “평화와 정의가 위원장을 단 한 석만 확보할 경우 정의당에서 환노위원장을 맡고자 할 텐데, 그렇게 되면 평화당은 정의당보다 의석 수가 많은데도 아무 것도 맡지 못하게 된다”며 “부의장을 가져오거나, 위원장 한 석을 더 확보해 정의당과 하나씩 나눠 갖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바른미래당이 부의장 자리를 사수하더라도 정병국, 주승용 의원 가운데 누가 나서느냐를 두고 내부 갈등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통상 최다선 의원이 추대돼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5선의 정 의원이 돼야 하지만, 국민의당 출신인 주 의원의 당내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에서 보다 유력한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이 문제가 또 다른 내홍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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