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지주회사 매출에서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등 ‘본업’으로 인한 수익보다 건물 임대료와 경영 컨설팅 수수료 등 본업 외 수익의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 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얘기다.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를 매개로 사실상 ‘쌈짓돈’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지주회사의 수익구조 및 출자현황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지주회사는 1999년 대기업의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위해 도입됐다.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보유 자회사 주식을 바탕으로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긍정적 역할이 기대됐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총수일가가 지주회사를 활용해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사익을 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결론이다.
공정위는 지난 3월부터 기업집단 전체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18개 그룹의 지주회사(이하 전환집단 지주회사) 수익구조와 출자 현황 등을 분석해 왔다. 먼저 지난해 말 기준 전환집단 지주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배당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40.8%에 그쳤다. 이는 대기업 일반 지주회사(56.8%)나 중견 지주회사(58.9%)의 배당수익 비중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특히 부영(0%) 셀트리온홀딩스(0%) 한라홀딩스(4%) 한국타이어(15%) 코오롱(19%) 등 5개사는 배당수익 비중이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상표권 사용료, 부동산 임대료, 경영 컨설팅 수수료 등 ‘배당 외 수익’이 전환집단 지주회사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4%나 됐다. 특히 셀트리온홀딩스(100%)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84.7%) 한솔홀딩스(78.8%) 코오롱(74.7%) 등 4개사는 배당 외 수익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박기흥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배당 외 수익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며 “거래규모도 대규모 내부거래 기준(대기업 소속회사가 다른 계열사와 50억원 이상의 거래를 할 때 이사회 의결 및 공시)에 못 미쳐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전환집단 지주회사는 직접 출자부담을 지는 자회사보다 손자회사ㆍ증손회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급격하게 확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전환집단 지주회사의 자회사 수는 2006년 9.8개에서 2015년 10.5개로 7.1% 증가한 반면, 손자회사 수는 같은 기간 175.0%(6.0→16.5개)나 급증했다.
박 과장은 “많은 지주회사가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 등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등 부작용이 큰 상태”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논의와 외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보유 지분율 요건을 현행 20%에서 30%로 높이는 방안 ▦지주회사 부채비율 상한을 현행 200%에서 100%로 낮추는 방안 등이 담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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