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독민주당이 자매당인 기독사회당과의 난민정책 이견 탓에 직면한 대연정 붕괴위기를 타협으로 극복했다.
이는 서방 자유민주주의의 기수로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추진한 난민포용책에서 후퇴한 것이라서 귀추가 주목된다.
AFP통신,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와 대연정의 한 축인 기사당을 이끄는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난민정책의 해법을 두고 11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타협안을 도출했다.
제호퍼 장관은 기민당 대표인 메르켈 총리와 난민정책을 놓고 팽팽히 맞서왔다.
특히 제호퍼 장관은 전날 열린 당 지도부 비공개회의에서 대표직과 장관직 사퇴 카드까지 꺼내 들기도 했다.
기사당이 제호퍼 장관의 사임 후 후임자를 지정하지 않으면 기민당과의 연대가 파국을 맞이하고, 기사당의 탈퇴로 중도우파 기민-기사연합과 중도좌파 사민당의 연립정권도 과반의석을 잃고 붕괴할 것으로 관측됐다.
메르켈 총리와 제호퍼 장관의 합의는 이미 독일에 들어온 난민, 이주자 가운데 일부를 내쫓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포용책에서 후퇴한 것이다.
이들의 합의 골자는 다른 유럽 국가에 이미 망명신청을 한 난민들을 위한 환승센터를 독일-오스트리아 국경에 지어 지정된 절차를 거쳐 이들을 책임져야 할 국가로 곧바로 보내는 것이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1일에도 연립여당 지도부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서한을 발송했다.
외신을 포함한 현지 언론들은 기민당과 기사당의 68년 동맹관계가 무너질 뻔했으나 이번 합의로 그 위기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호퍼 장관은 메르켈 총리와 타협안을 마련한 뒤 "향후 독일-오스트리아 국경을 넘는 불법 이민자 처리에 관한 명확한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독일-오스트리아 국경에 설치되는 시설은 공항의 '환승센터'와 유사한 성격으로, 독일 당국자들이 처리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해설했다.
독일은 망명이 거부된 신청자의 경우에는 처음 도착한 나라로 해당 국가의 허락을 받아 되돌려보내기로 했다.
애초 제호퍼 장관은 다른 나라에 망명 신청을 한 난민들은 아예 독일 국경에서부터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메르켈 총리는 그러한 일방적인 조치는 유럽 국가 간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한 솅겐 조약에 위배될 뿐 아니라 유럽의 결속력도 해친다면서 반대했다.
이날 메르켈 총리의 난민포용책 후퇴를 두고 그의 정치적 입지를 두고 적지 않은 해설이 쏟아졌다.
독일 야당인 좌파당의 베른트 릭싱어 대표는 "대규모 강제수용시설이 들어선다"며 "그런 절차를 거치면서 인권이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자유주의 질서의 기수로 통하던 지도자가 이주정책 때문에 국내 압박에 굴복해 화려하게 변심했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인 '독일마셜펀드'의 토마스 클레인-브로코프 베를린 사무소장은 "메르켈의 정치적 자산이 고갈된다"며 "메르켈 시대의 마지막 장으로 접어드는 게 완연하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와 제호퍼 장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으로 거론된 2015년 난민사태 때부터 갈등을 겪었다.
메르켈 총리가 독일 국경을 개방하는 정책을 펼치자 제호퍼 장관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며 비판해왔다.
당시 수개월간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자 제호퍼 장관은 연간 수용자 수를 20만명으로 제한하자는 제안을 내놨으나 메르켈 총리는 거부한 바 있다.
이주민에 대한 반감과 함께 득세한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때문에 기사당의 입장은 더 강경해졌다.
중동난민의 입구인 독일 바이에른 주를 정치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인 기사당은 AfD의 세력확장으로 그 지역의 장악력을 상실할 것을 우려, 난민 강경책을 관철하려고 메르켈 총리를 상대로 동맹파기 위협을 가했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