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67) LG 부회장이 그룹을 떠나기로 하면서 그가 구단주로 있는 LG 야구단의 ‘지분’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1990년 MBC청룡을 인수해 창단 후 18년간 구단주를 맡았던 고(故) 구본무 회장은 2008년부터 동생인 구 부회장에게 야구단을 맡겼다. 이제 구 전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40) LG전자 상무가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LG 스포츠의 실질적인 ‘주인’도 구 상무가 된다.
장자가 경영권을 승계하면 다른 형제들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퇴진하는 LG가(家)의 전통에 따라 구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퇴임을 예고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고 연말 부회장직과 LG화학, LG전자, LG스포츠 3개 계열사의 등기 임원직까지 내려놓는다.
구 부회장은 계열 분리해 독립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LG상사나 LG이노텍 등이 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그가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야구단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 5월 구 전 회장의 별세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사실상 퇴진 수순을 밟으면서도 잠실구장엔 발인을 마친 직후부터 수시로 들러 여전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LG그룹 관계자는 “스포츠는 계열 분리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룹의 이름까지 따온 야구단에서 LG 간판을 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야구단을 들고 나가는 게 불가능하다면 구단주 자리만 유지하는 경우다. 그룹 총수 일가가 구단주를 맡지 않는 구단도 있긴 하다. 2015년 제일기획으로 이관한 삼성의 경우 임대기 전 제일기획 대표이사가 지난해 말 구단주 겸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하지만 구 부회장의 경우 독립한다면 LG 트윈스의 구단주만 계속 맡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특히 야구 사랑이 남다른 LG가(家)에서 야구단은 ‘아무나’ 맡을 수 없다. 구광모 회장도 동료들과 종종 잠실구장을 찾을 정도로 선대의 야구 사랑 피를 물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LG그룹의 얼굴이자 구 전 회장의 분신과도 같았던 야구단이기에 그의 사명감이 남다를 것은 분명하다.
현실적으로 구 부회장은 야구단에서도 손을 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변수는 있다. LG그룹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야구단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에 조카인 구광모 회장과 방법을 찾아 볼 여지는 있지 않겠는가”라고 예상했다.
순리대로 구 부회장이 물러난다면 구광모 회장이 직접 구단주를 맡든지, 부회장단이나 계열사 사장 가운데 구단주나 구단주대행을 선임할 가능성도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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