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항공기 투자 결정
내년 IATA 서울 개최 등 차질
“항공산업 총회에 의장 없는 셈”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항공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4월 불거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 이후 주가 25% 폭락, 브랜드 가치 하락 등 기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조 회장까지 구속될 경우 창립 50주년을 맞아 추진했던 신규 항공기 투자 결정 지연, ‘2019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상 첫 서울 개최 차질 등 도미노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장 마감 기준) 2만7,100만원을 기록, 물벼락 사태가 불거진 지난 4월 5일 3만6,300원에서 약 25.3% 폭락했다. 단 3개월 만에 시가총액 8,725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더욱이 브랜드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대한항공 브랜드 순위는 11위에서 36위로 25계단 추락했다. 지난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45위까지 떨어진 이후 최대 낙폭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며 “기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날 조 회장을 상대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해 경영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자 대한항공 임직원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조 회장의 부재 시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미래 비전 수립을 위해 검토해왔던 신규 항공기 투자는 모두 중단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대와 올해 16대 등 신규 항공기 25대를 도입했고, 올해 하반기도 추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글로벌 항공사 간 치열한 서비스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 투자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한항공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올해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를 출범시키며 대한항공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왔다“며 “검찰의 조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델타항공 양사 최고경영자(CEO) 간 협의를 진행하지 못하는 등 조인트벤처조차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조 회장은 내년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IATA 총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국제선 항공 운임을 결정하고 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IATA는 각 회원 항공사들의 최고경영층 및 임원, 항공기 제작사 및 유관업체 등 전 세계에서 1,000여명 이상의 항공산업 관련 인사들이 참석하는 최대 규모의 항공업계 회의다. 이 때문에 글로벌 항공업계의 ‘유엔총회’라고도 불린다. 지난달 IATA 총회의 주관사로 선정된 대한항공은 이번 회의를 통해 글로벌 허브 공항으로서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부각하고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IATA 회의를 주관하는 조 회장이 구속되면 총회 개최 차질은 물론이고 우리나라가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도 없는 대기업 총수에 대한 구속은 주의 깊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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