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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노동 대법관 2명 인선… 사법부 무게추 왼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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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노동 대법관 2명 인선… 사법부 무게추 왼쪽으로

입력
2018.07.03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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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회장 출신 김선수 변호사

노동 전공 노정희 법원도서관장

정통법관 이동원 제주지법원장

‘서울대ㆍ50대ㆍ남성’ 공식 깨

임명 땐 女대법관 4명 역대 최다

[저작권 한국일보]대법관 구성 및 임기
[저작권 한국일보]대법관 구성 및 임기

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오는 8월 2일 퇴임하는 고영한ㆍ김창석ㆍ김신 대법관 후임으로 김선수(57ㆍ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와 노정희(55ㆍ19기) 법원도서관장, 이동원(55ㆍ17기) 제주지법원장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면면을 볼 때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의 무게추가 친노동 등 진보 성향 쪽으로 보다 기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법수장이 사법개혁의 당면 현안 중 하나인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의식적으로 꾀한 본격 신호탄이란 평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들 후보자 3명 외에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 9일까지 대법관 5명을 추가 임명할 수 있음에 따라 대통령 임기 내에만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 중 12명을 앉히게 돼 대법원의 대변화는 예고돼 있다.

이날 김 대법원장 취임 후 두 번째로 이루어진 이번 대법관 후보자 임명제청은 대법관 최종 후보 낙점의 암묵적 관행 기준을 상당 부분 타파한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 정통법관 중심으로 뽑던 이른바 ‘서ㆍ오ㆍ남’ 공식을 의식적으로 깼다. 비(非) 판ㆍ검사 출신 재야 인사로는 첫 임명 제청된 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진보적 성향의 노동법 전문가인 김 후보자는 보수 정권에서 법원 밖의 대법관 후보로 천거됐지만 번번이 낙마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때 사법 수뇌부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인 김 후보자의 대법원 입성을 노골적으로 꺼리는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다. 법관 사이에선 “문재인 정권 때 아니면 김 후보자가 언제 대법관이 되겠느냐”며 예상된 결과라는 의견이 많았다.

또 노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여성 대법관이 역대 최다인 4명이 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젠더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법원 안팎의 평가를 받는 노 후보자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관여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법원행정처장은 제외)에 포함되면 여성 대법관이 3분의 1을 차지하게 돼 여성의 권리향상 관련 판례 변경이 나올 가능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 노 후보자 역시 주 전공이 노동 분야면서 친노동 성향이라 정리해고와 부당해고, 노동조합 활동범위, 근로자성 인정 범위, 법외노조 문제, 단체교섭 등에서 전향적인 판례 변경 가능성이 높다는 법원 내부 관측이 나온다. 서울고법 한 판사는 “정리해고 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논문도 쓴 노 법원장은 해고 사안은 물론, 특히 파업행위로 인한 근로자의 손해배상 인정에 관해 상당히 엄격한 잣대를 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김ㆍ노 후보자의 친노동 성향은 노동자의 권리보호를 한층 강화하는 반면 대기업 등 사용자 측에는 상당한 부담을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임명제청에는 김 대법원장의 정무적 판단이 깊이 깃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소재 법원 부장판사는 “김 후보자 선택은 대법원 변화 방침 등에 대해 BH(청와대)에 확실한 신호를 보낸 것이며, 여성 법관 임명제청은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거세게 요구 받는 상황에 직면해 일단 여성부터 추리면서 오는 11월 물러날 김소영 대법관 후임을 꼭 여성으로 낙점하지 않아도 되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 후보자가 과거 우리법연구회 활동으로 김 대법원장과 친분을 쌓았으며, 대법원장 지근거리에 있는 도서관장으로 발탁돼 수시로 사법현안에 조언하면서 일찌감치 선택이 예상된 인사였다는 시각도 있다.

김 대법원장이 법원장 시선을 의식해 무난하게 후보자 한 명을 선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동원 후보자는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서오남’ 기준에선 벗어났지만 판사로 임관해 27년간 법원에서 재판해온 정통법관이다. 전임 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극심한 내홍을 겪은 터라 이번에 행정처 고위 간부 출신이 대법관으로 직행하는 관례를 깼다는 평가도 있지만 “법원장 중에 아무도 발탁이 안되면 영(令)이 안 서니 (김 대법원장이 회장으로 몸담았던) 국제인권법연구회나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아닌 무난한 법원장 1명을 뽑은 것”이란 일각의 의견도 있다.

대법원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뒀다”며 “사회 정의 실현과 국민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을 비롯해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도덕성,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 능력, 전문 법률지식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진보 지형화하는 형국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김ㆍ노 후보자가 국회 임명 동의를 무난히 통과할지가 관심이다. 자유한국당은 “사법부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인사가 포함됐다”며 임명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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