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창립ㆍ회장 역임 인권 변호사
盧시절 문 대통령과 사법개혁 작업
통상임금 등 노동 변론 독보적
실력ㆍ인품 인정 ‘법정의 신사’평도
통진당 해산심판 변호단 맡아 논란
뚜렷한 성향에 법조계 거부감도
“저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기에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김선수(57ㆍ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는 2일 신임 대법관으로 제청됐다는 소식이 발표된 후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당장 청문회부터 준비해야 하고 (대법관이 되면) 공부해야 할 것도 너무 많아 사법시험을 다시 준비하는 심정”이라고도 했다.
김 후보자의 대법관 제청은 파격 그 자체다. 그가 최종 임명될 경우 판ㆍ검사 경력이 전무한 첫 대법관이 된다. 법원행정처에 기록이 남아있는 1980년 이후 법관 및 검사 경력이 전혀 없는 변호사가 대법관에 임명된 적이 없어서다. 전북 진안 출생으로 서울 우신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후보자는 1985년 27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하고 1988년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뒤부터 현재까지 줄곧 약 30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역대 대법관 중 가장 진보적인 색채가 짙은 법조인이라는 점도 이목을 끈다. 진보 법조인의 ‘아이콘(상징)’이라 꼽히는 그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인권 신장을 위해 판ㆍ검사가 아닌 노동ㆍ인권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진보성향 단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창립 멤버이자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법관 경력이 없는 재야 출신을 대법관에 제청한 것은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열망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법부가 여러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인 터라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법조계에 ‘김선수는 상수’라는 말이 나돌 만큼 10여년 전부터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거론돼 왔다. 노동 관련 변호에서 독보적인 족적을 남긴 데다 ‘법정의 신사’라 불리는 등 실력과 인품에서 두루 인정을 받아 와서다.
대표적으로 1,021명의 간호사ㆍ간호조무사 등을 대리한 ‘서울대병원 법정수당 환불 소송’ 사건(1988~92년)이 꼽힌다. 그는 이 사건을 통해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정립시키고, 서울민사지법에 노동전담부가 설치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9월 예스코 불법파견 사건에서는 사용자가 파견근로자들을 허용되지 않은 다른 업무에 종사하게 한 경우라 하더라도 ‘직접고용 간주 규정’을 적용 받도록 이끌었다.
이런 까닭에 그는 현 정부 들어 대법관 1순위로 꼽혀왔다.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사법개혁 담당비서관을 지내며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을 맡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것도 주목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당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국민참여재판 도입,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을 주도, 한때 “사법개혁은 김선수가 다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이번을 포함해 세 차례나 대법관 후보로 천거됐다.
하지만 뚜렷한 성향으로 인해 법조계의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는 ‘김선수만은 안 된다’는 인식이 법원 내에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사청문회 과정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4년 헌법재판소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에서 통진당 측 변호인단 단장을 맡은 것을 두고 자격 논란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 후보자는 “저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은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충분히 해소시킬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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