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광주시의원과 전남도의원 10여명이 광주에 상징물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당시 의원들이 주장한 건 높이 518m짜리 민주인권탑이었다. 광역의원들뿐만이 아니었다. 관선단체장 시절인 1992년 12월 광주시는 높이 250~300m의 광주타워 건립 계획을 추진했다. 지난 6ㆍ13지방선거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광주시장 후보는 5ㆍ18상징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그는 ‘518m 빛의 타워’ 건립을 공약으로 내놨다. 13년 마다 반복되는 광주 상징탑 건축 논란은 그러나 빛을 보지 못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건립 재원 마련은 둘째 치고 무등(無等) 아래 마천루를 짓겠다는 발상에 시민들이 동의하지 않은 터였다. 인기 영합적이라는 비판도 컸다. 그런데도, 민선 7기 이용섭 광주시장은 양 후보 공약을 수용해 ‘5ㆍ18 광주 빛의 타워’ 건립 추진을 예고했다.
왜 정치인들은 때만 되면 5ㆍ18 상징탑을 운운할까. 5ㆍ18을 광주의 블루오션 쯤으로 생각하는 데 원인이 있는 듯 하다. 사실 5ㆍ18 상징탑 건립 계획은 광주의 랜드마크화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ㆍ18정신과 광주의 정의로움을 상징화한 역사적 조형물을 설치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경제활성화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쯤 시도해볼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5ㆍ18 상징탑이 품을 ‘5ㆍ18정신’이란 단어는 상업주의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5ㆍ18 빛의 타워가 어느 정도 일자리를 만들고 관광객도 끌어들이겠지만 이것만으로 지역 경제를 회복하기는 힘들다. 또 5ㆍ18을 이용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을 감안할 때 518m짜리 빛의 타워 건설이 얼마나 추진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시장이 2일 기자간담회에서 “518m 빛의 타워는 광주의 대표산업인 광산업의 기술성을 세계에 알리자는 목적도 있다”며 “2005년 5ㆍ18 탑 건립이 무산된 건 5ㆍ18 타워를 5ㆍ18 상징탑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5ㆍ18 광주 빛의 타워’에서 일자리가 나오고, 관광도시의 소재를 제공하는 만큼 “생각의 틀을 깨야 한다”는 얘기였지만 전혀 울림이 없다. 5ㆍ18정신을 어떻게 구현하고 실천할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흘러간 노래를 부르듯이 5ㆍ18 타워 건설을 역설하는 이 시장의 모습에서 ‘기승전 일자리’의 모습만 엿보인다. 혹여 일자리에만 매몰돼 “5ㆍ18과 광주의 진정한 랜드마크는 5월 정신이다”는 말을 귓등으로 듣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노파심마저 든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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