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년2개월 만에 최저치
54P 하락하며 2300 무너져
문 정부 출범 당시 수준으로
코스닥도 800선 붕괴
하반기 첫 거래일인 2일 글로벌 무역분쟁에 따른 우려감이 증폭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일제히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2,300(코스피)-800(코스닥)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코스피는 1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원ㆍ달러 환율도 1,120원대로 도로 상승(원화 약세)하며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54.59포인트(2.35%) 하락한 2,271.54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10일(2,270.12)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날은 공교롭게 문재인 대통령 취임일이다. 장 초반 보합권을 지켰던 코스피는 낮 12시32분 2,3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진 뒤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 투자자는 1,15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2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간 반면, 기관은 증권사(1,760억원), 사모펀드(630억원), 연기금(511억원)을 중심으로 4,002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유발했다.
코스닥 지수는 28.40포인트(3.47%) 빠진 789.82에 마감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28일 798.42로 마감한 코스닥은 올 들어 줄곧 800대를 유지했지만 이날 급락으로 6개월여 만에 800선을 내줬다. 외국인이 392억원, 기관이 636억원어치 주식을 각각 순매도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5.5원 오른 1,120.0원에 마감하며 지난달 28일(1,124,2원) 이후 2거래일 만에 다시 1,120원대를 기록했다.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2.21% 하락한 2만1,811.93을 기록했고,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2.52% 빠진 2,775.56에 마감했다.
‘블랙먼데이’를 방불케 한 이날 증시 폭락은 미국발 무역분쟁 확대로 촉발됐다는 분석이다. 오는 6일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돌입하는 가운데, 중국은 이날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의 추가 관세도 예고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역시 관세 부과 조치를 주고받으며 대립 중이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는 시장의 불안 심리에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다. 이날 발표된 중국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대비 0.4포인트 하락한 51.5포인트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무역분쟁이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주식보다는 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하고 있는 터라 한국 증시 약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적지 않다. 단기적 악재도 적지 않다. 당장 오는 9일 예정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의 홍콩 증시 상장 또한 한국에 배정된 신흥국 투자자금까지 빨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 시점 기준 샤오미의 예상 시가총액은 70조원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샤오미 상장은 삼성전자 등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정보통신(IT)회사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음달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2차 편입은 한국 증시의 또다른 악재”라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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