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감기몸살 등으로 병가를 낸 지 나흘 만인 2일 이낙연 총리와의 주례회동을 시작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문 대통령의 공식 일정 재개는 지난달 24일 러시아 국빈 방문에서 돌아온 지 8일 만이다. 한반도 평화 여정을 숨가쁘게 달려오면서 쌓인 피로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겠지만, 한편으론 개각과 민생 등 집권 2기 국정운영과 당면과제에 대한 고심이 깊었고 구상이 어려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ㆍ보좌관회의 주재에 앞서 신임 윤종원 경제수석과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의 인사를 받고 "정부와 청와대를 잇는 가교역할을 잘해 주기 바란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소득주도 성장과 노동정책 등을 놓고 청와대와 1기 내각 사이의 정책 조율이 원만하지 못했다는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또 혁신성장과 규제혁신의 속도를 높여 달라는 주문으로 이해돼서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와의 비공개 회동에서도 원 구성조차 못하는 20대 후반기 국회를 우려하며 개각 폭과 시기를 폭넓게 협의한 것으로 관측돼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보회의 모두발언에서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말해 오던 대통령이 과로로 탈났다는 말을 듣게 돼 민망하다"며 "주말에 (인도ㆍ싱가포르) 해외순방이 있으니 심기일전해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국민의 우려에 감사를 표하고 항간의 여러 억측을 일축하려는 발언이겠으나, 이번 기회에 보안사항인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이벤트 중계하듯' 다뤄 논란을 키운 청와대 참모들의 경솔한 태도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부터 임기가 시작된 7기 지방정부에 각별한 관심을 표시하며 지방분권 조항을 강화한 자신의 개헌안이 무산된 것에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근 야당에서 연내 권력분산형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주장이 나오자 일단 거부감을 표시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선거구제 논의의 진척 상황에 따라 개헌론이 재부상할 가능성도 남긴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문 대통령의 업무복귀 메시지에 야당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요청이 없는 것은 아쉽다. 대통령의 심기일전 다짐이 야당의 공백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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