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문가인 김모(52)씨는 거칠 게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 1988년 건국대 산학협력단 산하 경제경영연구소에 취직한 후 2001년 마침내 본부장이 됐고, 2010년에는 대학 겸임교수 자리까지 차지했다.
연구소 연구용역 대부분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특정 사업 시행에 드는 원가, 마진을 산정해 적정 예산을 책정해주는 것인데, 김씨는 따온 사업의 수익 30%를 대학의 산학협력단에 떼줘야 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작은 본인이 설립한 업체로 돈을 빼돌리는 것이었다. 업무는 산학협력단에서 했지만 사업 계약은 자신의 업체와 하는 식. 김씨는 외삼촌 명의를 빌려 대표자로 등록했다. 용역을 발주한 기관에는 “산학협력단과 똑같은 결과물이 나오니까 안심하라”고 설득했다. 지인을 연구소 직원으로 허위 등재한 뒤 급여를 받게 하거나 지인이 운영하는 다른 연구소에 용역을 준 것처럼 허위 신고하면서 조금씩 돈을 빼내기도 했다. 김씨는 이런 식으로 2008년 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857차례에 걸쳐 21억여원을 챙겼고, 이 돈을 자녀 유학비 등에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 수주를 위해 기상청 공무원에게 6,000만원의 뇌물을 주기도 했다. 2014년 6월에는 처음 실시된 국가공인 원가분석사 자격시험에 채점위원으로 일하면서 시험을 친 친동생(51)의 시험 답안지를 직접 수정해 합격시키는 대담함도 보였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ㆍ배임, 뇌물공여, 배임증재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뇌물을 받은 기상청 공무원과 뇌물 제공에 관여한 연구소 직원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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