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 햄 ‘스팸(Spam)’이 1937년 7월 5일 미국서 출시됐다. 염도나 칼로리 때문에 기피하는 이들도 있지만, 만일 스팸이 없었다면 2차대전 연합군의 사기는 물론이고 전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리라 믿는 이들도 있다. 제조사인 미국 호멜사(Hormel Foods Corporation)는 전쟁 중 매주 1,500만 개의 스팸을 전선에 납품, 영국군 소련군 등 거의 모든 연합국 군인들의 배를 채워 주었다.
미네소타의 한 육류포장업자 아들인 제이 호멜(Jay Hormel)이 캔 포장 돼지고기를 처음 선뵌 건 1926년이었다. 비닐이나 종이 포장에 비해 유통을 편하게 하고 유통기간도 늘리기 위해서였다. 금세 모방품들이 등장했고, 대공황을 거치며 돼지고기에서 버리는 부위(혀나 주둥이, 귀 등)를 섞는 이들도 생겨났다. 물론 대부분 대형 캔이었다. 호멜은 그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우선 제품 크기를 한 끼 분량(340g)으로 대폭 줄였다. 품질 면에서도 부속고기가 아닌 어깨살을 썼다. 어깨살도 버리는 고기였지만, 그건 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넓적다리 햄을 만들고 남은 살점을 발라내는 데 품이 많이 들어서였다.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소금 설탕 전분 등으로 조미도 했다. 맛과 품질, 편의에다 ‘스팸’이라는 버젓한 아이덴티티까지 고루 갖춘 제품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2차대전과 함께 세계시장을 정복했다.
스팸에서 ‘스팸 메일(쓰레기 메일)’이란 모욕적인 조어가 생기고, 줄여서 ‘스팸’이란 말로 전용(轉用)까지 되는 지경이 됐다. 인기 희극그룹 몬티 파이튼(Monty Python)이 1970년 코미디 드라마 ‘몬티 파이튼의 플라잉 서커스’의 한 레스토랑 에피소드에서 스팸 주문이 잇따르자 “스팸 스팸···”을 연호하는 우스꽝스러운 노래를 시끄럽게 불러 대화를 못 할 지경이 되도록 한 일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호멜사 측은 ‘제품’을 표기할 땐 첫 스펠링을 대문자로 구분해달라고 공식 요청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스팸은 미국 국내에서 초당 3.8개가 소비되고, 한국 등 현지 제휴사를 뺀 미국 현지 공장 두 곳에서만 시간당 4만4,000여개
가 생산되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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