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ㆍ아동 권익보호 상당한 관심
부장판사 4년 만에 초고속 발탁
노정희(55ㆍ사법연수원 19기) 대법관 후보자는 법관으로서는 드물게 변호사로 오래 일한 경력이 있다. 광주 출신의 노 후보자는 광주 동신여고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춘천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95년 사직서를 쓰고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1년 판사로 재임용됐다.
각급 법원에서 민사ㆍ형사ㆍ가사 재판부를 두루 거쳤으며, 특히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자녀양육비 시스템 개선 및 학교폭력 예방 등에 힘썼다. 여성과 아동의 인권 및 권익보호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으며, 전통시장의 시설현대화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상인들의 손을 들어주는 등 소수자 보호 판결을 다수 내렸다. 변호사 시절에도 다산인권연구소장을 지내는 등 인권운동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에는 서울고법 민사18부 부장으로 일하면서, 아버지 성에서 어머니 성으로 바꾼 자녀도 종중(宗中)의 종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노 후보자는 “여성 종원의 후손을 종중에 포함시키지 않는 관습법이 있지만, 변화된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계혈족과 모계혈족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로, 종중 관련 판결 중 상당히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노 후보자는 2015년 늦깎이로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으나, 이번엔 불과 4년 만에 대법관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가 국회 임명동의를 받아 정식으로 임명되면, 김영란ㆍ전수안ㆍ박보영 전 대법관, 김소영ㆍ박정화ㆍ민유숙 현 대법관에 이어 사법부 역사상 일곱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다. 또 대법원은 전체 대법관 14명(대법원장 포함) 중 4명이 여성으로 이뤄지게 된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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