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국내 사찰 7곳을 나란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불국사ㆍ석굴암과 해인사 장경판전이 이미 1995년에 세계문화유산이 됐으니 국내 사찰의 세계유산 지정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등 전국의 사찰을 묶어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등재한 의미가 적지 않다. 수도와 생활 기능을 종합적으로 간직한 한국 전통 불교문화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 공교롭게도 세계유산위가 한국 산사를 등재한 날, 일본에서는 성당 등 기독교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일본 남부 규슈 나가사키 일대의 17~19세기 기독교인 거주 지역과 일본 최고(最古) 교회이자 국보인 ‘오우라천주당’을 포함한 12곳을 한데 묶은 ‘나가사키와 아마쿠사 지방의 숨겨진 기독교 관련 유적’이다. 세계유산위가 “독특한 종교 전통”과 “걸출한 역사”라고 평가한 배경에는 약 4만명이 숨진 ‘시마바라의 난’을 비롯해 기독교 포교가 금지되었던 시절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국가 이미지 상승뿐 아니라 관광 상품화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열을 올린다. 하지만 관광 수익만 생각했다가는 도리어 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한국 전통마을의 흔적을 잘 간직했다며 201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이 밀려드는 관광객들과 이들을 노리고 난립하는 식당 등으로 고즈넉했던 옛 분위기를 잃어 가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 일본의 기독교 유적들은 그다지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신자들의 집단 거주지가 대부분이어서 주민들은 모처럼 지역을 활성화할 계기로 반기는 모양이다. 그에 비해 우리 산사는 널리 알려진 유명 사찰들이다. 통도사의 경우 휴일 방문객이 1만명을 넘는다니 유산 등재의 기쁨은 잠시고 더 몰려들 인파로 유적이나 경관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부터 해야 할 판이다. 이 사찰들은 앞으로 관리 계획 등을 세계유산위와 협의해야 한다. 관광객 수용이나 편의를 위한다며 공사판부터 벌이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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