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사(山寺) 7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1,000년 세월을 버티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산사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이미지가 없던 상황에서 ‘산사의 나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앞서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을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산지승원은 통도사(경남 양산), 부석사(경북 영주), 봉정사(경북 안동), 법주사(충북 보은), 마곡사(충남 공주), 선암사(전남 순천), 대흥사(전남 해남) 등 7개 사찰로 구성됐다. 모두 7~9세기 창건돼 1,000년이 넘은 산사들이다.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자존심을 세우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일본 교토는 ‘사찰의 도시’, 중국 쑤저우(苏州)는 ‘정원의 도시’가 되듯 우리나라는 ‘산사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세우는데 더없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사의 나라’라고 언급할 만큼 우리나라에는 산사가 많다. 유 교수는 “인도나 중국은 둔황, 윈강, 아잔타 등 석굴 사원이 발달해 우리 산사처럼 고즈넉하면서도 종교 시설로서의 분위기를 갖고 있는 건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특히 부석사와 선암사를 들어 한국 산사의 가치를 설명했다. 그는 “첫째로 부석사 무량수전이라고 하는 목조 건축이 1,000년을 갔다는 역사성. 또 최순우 선생의 유명한 책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보면, 소백산맥 전체가 사찰의 정원인 양 맑게 펼쳐지는 부석사에서 바라보는 경관. 그게 산사가 갖는 가장 큰 장”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선암사는 아기자기함으로 사람을 치유한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스케일이 큰 것이 아니라 진입로를 20~30분 걸어서 들어가는 과정, 산자락을 아주 슬기롭게 경영해 돌계단 하나 올라가면 만세루, 만세루를 넘어서 들어가면 법당, 또 옆으로 돌아가면 요사체가 있는 등 사람의 마음을 느긋하게 해주는 그런 분위기도 우리 산사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우리나라의 산사를 찾는 관광객들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편의시설 확충 작업도 신중해야 한다고 유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독일 퀼른 성당의 경우 옆에 있는 신축 건물로 인해 수 차례 경고를 받았다. 유네스코 기념물위원회 사람들에 의해 보고되면 국제적인 망신이 된다”면서 “잘못 관리하면 (등재가) 취소된다”고 경고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에 등재된 사찰에 대해 문화재 비지정 건물에 대한 관리방안ㆍ종합 정비계획ㆍ관광객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과 건물 신축 시 위원회와 사전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석굴암ㆍ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ㆍ화순ㆍ강화 고인돌 유적,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하회ㆍ양동),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문화유산 12건과 자연유산 1건(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등 모두 13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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