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온건파로 평가해온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의 최근 방중에도 불구하고 미중 갈등은 전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듯하다.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남중국해ㆍ대만 문제 등을 둘러싸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 등 홍콩 언론들은 1일 매티스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달 26~28일 중국을 방문해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과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예방했지만 양국 간 갈등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존 알렉산더 미 3함대 사령관은 최근 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림팩)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매티스 장관이 시 주석에게 “가능한 상황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지만 필요할 경우 중국과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당시 “선조가 물려준 영토를 한 치도 잃을 수 없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강조하면서 매티스 장관은 양국 간 우호ㆍ협력을 바란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도했지만 실상은 달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 시 주석의 강경발언에 대해 SCMP는 미국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매티스 장관도 역내 안보 문제 및 양국의 군사대립 관계에 대한 미국 측의 주장을 거침없이 밝혔다고 전했다.
SCMP는 특히 “매티스 장관의 방중이 미중 양국의 긴장을 완화하는데 실패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의 규칙 파기 행위에 대해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원칙론자인 매티스 장관을 높이 평가하며 그의 방중을 계기로 양측 간 갈등이 완화되기를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SCMP는 다만 “미국 역시 중국의 행동을 바꿀 만한 효과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무역에서 남중국해 분쟁과 대만 문제로까지 확산된 미중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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