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새 장을 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팬덤은 유명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해 화제가 된 팬덤 ‘아미(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ㆍA.R.M.Y)의 ‘전투력’은 막강하다. 특히 ‘외랑둥이’(방탄소년단 외국 팬을 지칭하는 용어)는 방탄소년단 미국 활약의 일등공신이었다. 외국어 노래 방송을 꺼리는 보수적인 미국 라디오 방송사에 노래 선곡을 강하게 요청해 방탄소년단 노래가 미국 전역에 울려 퍼지도록 했다.
방탄소년단 팬이 열성적인 만큼 팬으로 ‘인증’ 받으려면 만만치 않은 열정이 필요하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 공식 팬카페(http://cafe.daum.net/BANGTAN)를 운영하는데 가입 절차가 까다롭다. 가수의 데뷔곡 등을 묻고 답하면 가입이 되는 여느 스타들 팬카페와 확연히 다르다.
넘어야 할 관문만 세 개다. 첫 관문부터 쉽지 않다. 대기업 입사 시험 못지않게 어렵다. 지난달 둘째 주 기준 방탄소년단 팬카페 가입 시험(Army Fancafe Admission TestㆍAFATㆍ일명 ‘아파트’) 문제는 이렇다. ‘RUN BTS! 2018-EP 51 V앱(네이버 인터넷 생중계) 영상 중 후룸라이드 미션에서 5점을 받은 팀 멤버의 활동 명을 나이 순으로 작성’ ‘방탄소년단 ‘호르몬 전쟁’ 춤 연습 영상 중, 반바지를 입은 멤버의 생년월일’을 적는 식이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만 알고 있어선 손도 대지 못할 문제다. V앱 홈페이지로 가 방탄소년단 채널을 선택한 뒤 해당 에피소드 영상을 찾아보거나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 춤 연습 영상을 검색한 후 해당 영상을 자세히 봐야만 문제를 풀 수 있다. 팬카페에 앞서 가입한 팬들에게 정답을 물어도 소용 없다. 시험 문제는 매주 바뀐다.
‘필기시험’을 치른 뒤엔 방탄소년단의 노래 스트리밍(온라인 재생)과 뮤직비디오 재생 인증 과제가 주어진다. 팬카페 가입 신청을 하는 날짜에 신곡 ‘페이크 러브’를 멜론 등 유료 음원 사이트에서 들은 뒤 그 날짜가 나오도록 재생 화면을 캡처해 사진 파일로 첨부해 올려야 한다. ‘페이크 러브’의 총 길이는 4분 2초. 이 중 3분 50초 이상 노래를 재생한 뒤 캡처 사진을 올린 것만 인정한다. 뮤직비디오 인증 역시 비슷하다. 유튜브에서 재생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올려야 한다. 단순히 사진만 올려서는 안 된다. 사용할 아이디까지 사진에 기재해야 된다. 작은 실수 하나로도 정회원 인증 과정을 통과할 수 없다.
‘아파트’를 통과해 팬카페 정회원이 되면 방탄소년단 일곱 청년이 수시로 올리는 글을 읽을 수 있다. 진정한 팬에게 주어지는 ‘특전’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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