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득 하위 10%가 중산층 되려면 5세대 걸려” 보고서 소개
소득주도성장, 비정규직-정규직 이중구조 개선 등에 힘 실릴 듯

윤종원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이 우리나라 부모의 교육 수준과 직업이 자녀에게 그대로 이어지는 ‘굳어진 천장’(sticky ceilings)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소득 분야에서 낮은 계층에서 높은 계층으로 올라가는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2일부터 청와대로 출근하는 윤 수석의 향후 경제정책 추진 방향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으로 주목된다.
윤 수석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2년8개월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직을 마치고 귀임하게 됐다”며 “앞으로 옮기는 자리의 속성상 당분간 포스팅 등 활동이 어렵겠지만 정책 관련해서 고칠 부분이나 건설적 의견을 주시면 잘 읽어보겠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이어 최근 OECD 정책브리핑 주제인 ‘사회적 이동성 촉진을 위한 정책 보고서’를 소개하고 관련 자료를 첨부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소득분포 하위 10%에 속한 가구가 평균소득 가구로 이동하는 데 5세대가 걸리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4.5세대)보다 다소 긴 것이다.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발돋움하려면 어림잡아 150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소득 양극화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인상 등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을 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문제 의식과 궤를 같이 하는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고서는 특히 우리나라 교육과 직업에 ‘굳어진 천장’이 있다고 진단했다. 고등교육을 받는 비율 등 교육의 수준은 높지만 교육의 기회가 상위 소득 그룹 자녀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굳어진 교육 기회(천장)로 인해 하위 그룹 자녀들이 위로 상승하는 것은 어렵다. 직업의 경우도 육체노동자의 자녀 중 40%는 육체노동자가 되고 있다. 관리자가 되는 비중은 4명 중 1명에 그쳤다. 반면 관리자는 자녀 2명 중 1명이 관리자가 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특히 높은 청년 실업률과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여성 고용 여건 등이 직업 이동성을 낮추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이동성을 촉진하기 위해 보고서는 “부모의 사회ㆍ경제적 강점이 자녀에게 이전되는 것을 당연시해선 안 된다”며 “국민 복지 증진을 위한 주요 정책을 강화하고 출발선상의 불리한 조건을 완화할 수 있도록 개개인의 권한과 역량 구축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 수석은 “청년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강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사회보험 및 직업훈련 확대 등을 권고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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