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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지배력 확대에 악용되는 ‘무늬만 공익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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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지배력 확대에 악용되는 ‘무늬만 공익법인’

입력
2018.07.01 16:16
수정
2018.07.01 21:2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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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일가, 주식 대부분 출연

특수관계인이 대표인 경우도 59%

경영권 승계에 우호 지분 삼고

수익사업 치중해 ‘자금줄’ 이용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대기업집단 A그룹의 총수는 B공익법인을 세운 뒤 이사장에 자신의 2세를 앉혔다. B공익법인은 이후 A그룹 계열사 간 합병으로 인해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지분을 공익법인 재산으로 매입했다. 총수 2세는 B공익법인을 통해 다른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키울 수 있었다.

대기업집단 C총수가 이사장인 D공익법인은 그룹 계열사인 E사의 경영권 분쟁 당시 총수가 E사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총수일가가 매각한 다른 계열사(F사)의 지분을 사 줬다. D공익법인은 경영권 분쟁에서 총수가 패하자 이번엔 F사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사 들였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들이 총수 일가의 편법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통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립 취지와는 달리 공익보다는 총수 일가의 사익을 도모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공익법인에 출연한 자금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일부 총수 일가는 세금을 회피하면서 계열사를 지배ㆍ장악하는 데 공익법인을 활용해 온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이러한 내용의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실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지정된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비영리법인 267개 중 상속ㆍ증여세법상 공익법인 해당 여부 등을 따져 총 51개 집단 165개 공익법인의 세부 실태를 조사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165개 공익법인 중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28개 소속은 모두 115개사(69.7%)에 달했다. 총수 있는 집단 44개 그룹이 보유한 공익법인은 149개사나 됐다. 공익법인 설립 시 출연자는 계열사-동일인(총수)-친족-비영리법인ㆍ임원 순으로 나타났다. 또 주식이 출연된 경우가 38개사, 주식 출연 시 출연자는 대부분 총수일가(30개사ㆍ78.9%)인 것으로 집계됐다.

출연금이나 지분은 곧바로 공익법인의 지배구조와 직결됐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에서 동일인ㆍ친족ㆍ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한 경우가 83.6%(138개사)에 달했다. 이들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의 대표인 경우가 59.4%(98개사), 총수일가가 대표인 경우가 41.2%(68개사)였다.

공익법인이지만 사업 비중은 반드시 공익적인 것은 아니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고유목적 사업을 위한 수입ㆍ지출이 전체 수입ㆍ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4.5%와 31.8%에 불과했다. 자산 10조원 이상은 이 비율이 각각 33.8%와 30.8%로 더 낮았다. 수익사업에 더 치중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공익재단의 지배구조와 수익사업 치중 배경엔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2016년 기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자산 비중 가운데 주식은 21.8%로 전체 공익법인의 주식 비중(5.5%)보다 4배가 많았다. 더구나 주식 중 74.1%(전체 자산 중 16.2%)는 계열사 주식이었다. 또 공익법인 165개 중 66개사(40%)가 119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 중이었다. 이중 57개사는 총수 2세가 지분을 보유중인 곳이었다. 이러한 공익법인은 보유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 시 모두 찬성했다. 사실상 세금 없이 공익재단에 증여된 계열사 지분이 총수 2세들의 계열사 지배력 확대에 우호지분으로 이용된 꼴이다.

내부거래도 상당했다. 165개 공익법인 중 동일인 관련자와 자금거래, 주식 등 증권거래, 부동산 등 자산거래, 상품용역 거래 등 어느 하나라도 있는 공익법인이 100개에 달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은 총수일가가 세제혜택을 받고 설립한 뒤 이사장 등의 직책으로 지배력을 행사했고, 보유 주식도 총수 2세 출자 회사 등 기업 집단에 대한 지배력과 관련된 회사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에서 공익법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 뒤 토론회 등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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