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안북도 신도군 시찰 모습을 방영하며 낡은 자동차와 작은 모터보트를 이용하는 장면을 방영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이전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북중, 북미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벤츠 전용차를 공수해서 사용하고 경호원에 둘러싸여 이동하던 화려하고 권위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모터보트를 타기 위해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는 다소 위험해 보이는 장면도 포함돼 있었다.
당의 선전수단으로 활용되는 북한 매체의 특성상 여기에는 여러 의미를 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제에 방점을 둔 행보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신도군을 기계화작업반을 둘러보며 "신도군을 주체적인 화학섬유원료기지로 건설하라", "갈 농사를 잘 지어 최고수확연도의 기록을 정상화하고 앞으로 계속 갈 대풍을 안아오자"고 말하는 등 경제와 관련된 발언을 했다.
또한, 북중 접경지역을 시찰 장소로 삼은 것은 북중 경제협력에 대한 사전 정지 작업의 목적으로 볼 수 있다. 1일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신의주 화장품 공장 시찰 모습을 연이어 보도한 것에서도 이와 같은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낡은 자동차와 소형 모터보트를 타고, 경사진 길을 오르는 모습은 현지 시찰 과정에서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소탈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해 김 위원장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호감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장면이 있다. 2012년 8월과 2013년 3월 김 위원장이 작은 목선과 보트를 타고 2010년 연평도 포격을 주도한 서해 최전방 무도 방어대를 방문한 것이다.
2012년 8월 18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무도 방문을 보도하며 “이른 아침식사도 번지신(거른) 최고사령관(김정은)이 27마력의 작은 목선을 타고 풍랑을 헤치며 기별도 없이 방어대에 도착했다”며 “사생결단의 의지를 안고 시찰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때는 한ㆍ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이틀 앞둔 시점으로 남측에 대한 경고와 북한 군인과 주민들에게 자신의 담력을 과시하고 체제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이번 신도군 시찰 화면에는 지난해 군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황병서가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북한 매체는 이날 관련 보도에서 황병서를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로 호명하고, 한광상 노동당 부장,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인보다 그를 먼저 호명했다. 과거 숙청이 되거나 처형된 인물은 기록영화나 매체에서 지워버린 것을 보면 황병서의 등장은 그가 복권된 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전 김 위원장의 숙부이자 한때 북한 권력 2인자였던 장성택이 처형된 후 북한의 기록영화나 매체에서 장성택이 사라진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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