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라도 조용히 맺었어야 하는데...” 폐이스북 계정도 폐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29일 사퇴를 암시하는 글을 남겼다. 최근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 있었던 만큼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는 “탁 행정관이 사표를 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2기 체제개편과 맞물려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탁 행정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 ‘잊혀질 영광’과 ‘사라질 자유’”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사퇴 의사를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탁 행정관은 임명 직후 과거 저서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이 확인되면서 ‘왜곡된 성의식’ 논란에 휩싸이며 자격 논란과 함께 강한 사퇴압박을 받았었다. 탁 행정관은 당시 “불편함을 느끼고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께 죄송한 마음을 표한다”고 사과했지만 자리를 내놓진 않았다. 올해 3월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기(청와대에) 있는 동안 일전에 밝힌 사실과 사과 외에 저를 위한 변명이나 해명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나의 명예, 나의 진실, 나의 주장은 여기서 나갈 때 시작할 생각”이라며 사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탁 행정관은 사표를 내지 않았다”며 “(직속상관인) 전ㆍ현직 의전비서관들에게도 사표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고 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탁 행정관은 뒤이어 “내가 가장 힘들 때 위로가 되어 주었던 분들에게 인사 전한다”며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마저 폐쇄하며 사퇴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탁 행정관은 그러면서 “끝이라도 조용히 맺었어야 하는데 그게 또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며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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