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8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일반고 중복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자사고 등이 제기한 본안 소송 선고가 아닌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지만 일단 정부의 자사고 정책에 제동이 걸린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6ㆍ13 지방선거에서 14곳을 휩쓴 진보교육감 전원이 자사고ㆍ외고 폐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터라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 우선선발제도 폐지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 자사고 등은 8~11월에 선발하는 전기, 일반고는 12월에 뽑는 후기로 구분됐던 것을 동시에 후기에 뽑도록 하고 중복지원도 금지했다. 자사고 등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생들은 일반고에 임의 배정하도록 했다. 학교 서열화 체제 공고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교육당국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헌재는 이런 결정이 학생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자사고에 불합격할 경우 지원하지 않은 일반고에 배정되거나, 지역에 따라서는 해당학교군내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는 불이익을 감수하지 못하면 자사고 지원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문제는 중복지원이 가능해지면 불이익을 예상해 자사고 지원을 포기했던 학생들이 다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결국 교육부가 기대했던 정책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자사고와 외고가 고교 서열화를 가속화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외형적으로는 다양한 교육추구를 내세웠으나 실은 국영수 위주의 입시교육 기관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우선선발제도를 통한 성적 우수학생 선점은 일반고 황폐화를 부추겼다.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자사고와 외고 억제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 정책이 계속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다만 정책 추진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자사고와 학부모들을 설득하고 일반고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세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헌재 결정을 계기 삼아 보다 정교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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