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탈출 못하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화학 돌파구 필요
71개 기업 조율•신사업 창출
1조원대 상속세도 해결해야
구광모(40ㆍ사진) ㈜LG 신임 대표이사 회장이 29일 ‘후계자’ 꼬리표를 떼고 재계 서열 4위 그룹 지휘봉을 잡았다. LG전자에 입사한 지 12년, 상무가 된 지 3년여 만에 거대 그룹을 이끌며 LG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미래 수익원이 될 신사업 창출은 조속히 성과를 보여줘야 할 시급한 숙제다. 게다가 불안한 환율과 국제유가에다 점점 높아지는 보호무역의 장벽 등 대외 환경도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올해 3월 말 공정거래법 기준 지주회사인 ㈜LG는 자회사 13개와 손자회사 47개, 증손회사 8개 등 총 71개 기업을 지배한다. ㈜LG 회장은 이들 기업의 세세한 현안을 파악해 계열사별 사업을 조정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바이오 등 신사업 관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까지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자리이다.
구 신임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면한 경영 현안은 6명의 부회장에게 맡기고, 당분간은 장기적 경영 구상에 집중하며 계열사 현안 파악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구 회장에게 주어진 준비 기간은 그리 충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주력 사업들 뜯어보면 어느 하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력 자회사 LG전자는 생활가전사업의 호조로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 연 매출 60조원을 돌파했지만 스마트폰 사업은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가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자동차부품(VC)사업도 지난해 영업손실 1,010억원을 기록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LG전자가 지분 37.9%를 보유한 손자회사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 1분기 영업손실 983억원을 냈고, 2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되는 등 휘청거리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인하 경쟁이 가속되는 가운데, LG가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마저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따라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견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사업, 정체 국면이 길어지는 LG상사와 LG CNS 등 계열사들이 활력을 되찾을 돌파구도 하루속히 찾아야 한다.
구 신임 회장은 선대 회장들보다 연륜과 경력이 짧은 상태에서 회장직에 올랐다. 조부인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45세에 회장이 되기 전 20년간 경험을 쌓았고, 부친 고 구본무 회장도 30세에 경영수업을 시작해 20년 뒤인 50세에 회장에 취임했다.
막대한 상속세 납부 역시 LG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지난 3월 말 기준 구 상무는 LG 지분 6.2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고 구본무 회장의 지분 11.28%를 온전히 물려받아야 법적으로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사망일 전후 4개월간 주가 평균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주식 상속세는 경영권 승계의 경우 20% 할증이 붙는다. 기본 50%에 할증까지 고려하면 상속세는 1조원 가까이로 추정되는데, LG 측은 “법이 정한 6개월 내에 합법적으로 납부 방법을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