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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를 잡아라’ 물고 물리는 민주진영 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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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를 잡아라’ 물고 물리는 민주진영 판도

입력
2018.07.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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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권력의 정점에 오른 86세대가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를 꿰차는 견고한 중심축으로 부상하면서 범민주진영에 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앞서 정계에 진출한 민주화 운동 선배 세대들은 막내 그룹이자 최대 계파인 86세대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상호 간 견제의 고삐를 놓지 않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각자의 입지를 넓히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원로그룹의 맏형 격인 ‘6ㆍ3세대’는 1964년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을 굴욕이라고 비판하며 전국적인 반대운동을 이끌었던 인사들이다. 대표주자인 문희상 의원이 민주당 경선을 통해 입법부 수장인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일찌감치 내정되면서 다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뒤를 잇는 ‘민청학련 세대’는 1974년 반유신체제 운동을 주도하다 180명이 구속ㆍ기소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을 주도했다. 이 세대에 속한 이해찬 전 총리가 8월 민주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면서 다시 정치권의 전면에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6ㆍ3세대와 민청학련 세대 모두 86세대가 주창하는 젊은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 세대교체가 본격적인 화두로 부각될 경우 난감한 처지에 빠질 수도 있는 셈이다. 때문에 사전 교감을 통해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 권부의 핵심인 86세대를 거들며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여권 내부에선 86세대가 아직 이념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통합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들 원로그룹이 견제자나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일 “86세대가 대한민국의 주류로 떠오른 만큼 이들 원로그룹은 한발 비켜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다만 오랜 시간 쌓아온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서로 얼마나 원만하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긴급조치 세대’는 74, 75년 선포된 대통령 긴급조치에 맞서 70년대 중ㆍ후반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추미애 대표, 우원식 전 민주당 원내대표, 이종걸 의원 등이 속한다.

이어 등장한 ‘광주항쟁 세대’는 80년 5ㆍ18민주화운동을 기점으로 80년대 초반 학생운동에 앞장섰다. 전대협이 87년 출범한 것을 감안하면 시기적으로 86세대와 별반 차이가 없다. 송영길 의원,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등이 선두주자로 꼽힌다.

긴급조치 세대와 광주항쟁 세대 역시 잠재적 경쟁관계로 얽혀있다. 당장 8월 민주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혈투가 불가피해 보인다. 승패는 86세대가 장악한 친문 세력의 표심을 누가 얻느냐에 달렸다. 김부겸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내비치며 당 대표 선거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2년 만에 당권 도전 재수에 나선 송영길 의원 또한 부쩍 86세대와의 스킨십을 넓히며 우군을 확보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끼인 세대로 분류된 김부겸 장관이나 친문 주류로 보기에 애매한 송영길 의원 모두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편”이라며 “갈수록 86세대를 향한 구애의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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