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끌어 온 미국 신용카드업계와 유통업계 간 ‘수수료 전쟁’이 해결 초읽기에 들어갔다. 카드업계를 양분하는 비자와 마스터카드, 신용ㆍ체크카드 발급기관인 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유통업계에 65억달러(7조2,000억원)를 배상하는 데 합의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신문은 뉴욕주 동부 지방법원을 인용해 이같은 합의안이 마련됐고 이들은 다음달 중순까지 계약 초안을 마련해 8월 중순에 최종 합의안을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은행과 카드업계가 합의금을 어떻게 분담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카드사와 카드가맹점인 소매상 간 갈등은 2005년 1,200만 소매점이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소매업체들은 카드고객 결제금액의 2%를 내야 하는 카드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이는 독점을 금지하는 법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자와 마스터 두 업체가 미국 카드서비스 시장의 70%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경쟁이 줄어든 탓에 수수료를 너무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용카드사는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현금으로 결제를 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며 유통ㆍ판매업자에게 더 이익이 있다고 반박했다.
법적 분쟁은 7년간 이어진 끝에 2012년 카드사가 백기를 들면서 끝나는 듯했다. 카드업계는 60억달러의 합의금을 소매업체들에게 주기로 했다. 이후 수수료율을 추가로 인하할 경우 발생하는 부분까지 합하면 전체 합의금액은 72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법원의 합의 승인 시점에 8,000여개의 소매상이 집단소송에서 이탈해 합의금은 57억달러로 낮아졌다. 월마트, 타깃, 메이시백화점 등 대형 업체들은 이 합의가 ‘매년 인상되는 과도한 수수료’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합의를 거부했다. 또 소매업체들은 수수료 산정 방법에 여전히 문제가 많다며 합의한 보상액이 부족하다고 주장했고 카드사들이 같은 사안으로 다시 자신들을 제소할 수 없다는 내용을 합의안에 넣은 점도 문제 삼았다. 소매업체들이 합의안을 거부하자 카드사들은 맞고소로 대응했다. 뉴욕 제2연방 항소법원은 2016년 1월 카드사와 소매점들 사이에 이뤄진 이 수수료 담합 반독점소송 합의 신청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이 사건을 지방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같은 사안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다는 합의안 내용에 동의하는 않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카드업계를 제소했다. 일례로 2014년에 월마트는 “비자의 신용카드 수수료 산정 방식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아칸소주 서부 지방법원에 50억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월마트는 비자카드가 다른 카드사들과 담합해 취득한 부당이익이 최대 3,500억 달러에 이르며 이로 인해 제품 판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결국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미국 소매상들은 비자와 마스터카드 교환 수수료로 2012년(252억달러) 대비 200억달러 가까이 늘어난 434억달러를 지난해 지불했다. WSJ는 “소비자들의 카드 이용이 늘고 카드사들이 거액의 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