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전 최고 평점 펠라이니
194㎝로 공중볼 상대 부상 일쑤
내달 3일 ‘키 작은’ 일본과 격돌
벨기에가 29일(한국시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잉글랜드전에서 1-0으로 승리하고 G조 1위로 조별 예선을 마무리했다. 경기 최우수선수(MOM)는 후반 6분 결승골을 넣은 아드낭 야누자이(23ㆍ레알 소시에다드)에게 돌아갔지만, 공수에 걸쳐 마루앙 펠라이니(31ㆍ멘유)의 활약이 돋보인 경기였다.
실제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프로 데뷔 5년 만에 A매치 첫 골을 넣은 ‘세계 최고 유망주’이자 ‘잊혀진 재능’으로 불리는 야누자이에게 평범 7.7점을 부여했다. 하지만,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선수는 펠라이니(8.5점)였다. 펠라이니는 전반 27분 코너킥 된 공을 가슴으로 잡아낸 뒤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슈팅까지 연결하는가 하면 후반 추가시간에도 드리블 후 날카로운 슈팅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또 큰 키(194㎝)를 이용해 공중볼 다툼에서 거의 모든 공을 따내는 등 완벽하게 공중을 장악하며 ‘공중볼 1인자’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후반 37분에는 상대 대니 웰벡(28ㆍ아스날)의 슈팅을 막아내기도 했다.
사실 펠라이니에 대한 세계 축구팬들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194㎝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신체조건과 공중볼 처리 능력으로 중앙을 장악하는 확실한 공격옵션으로 꼽힌다. 하지만, 공중볼 다툼 과정에서 수시로 팔꿈치를 사용해 상대 선수를 가격, “동업자 정신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많다. 또 팔꿈치로 맞고 쓰러져 있는 상대 선수에게 침을 뱉는 장면도 여러 차례 포착됐고 상대를 일부러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BBC방송은 펠라이니의 팔꿈치 가격 장면을 모아서 방송하기도 했고, 일부 언론들은 ‘Thug’(깡패)라고 비판했다.
일부 한국팬들도 그에게 ‘펠꿈치’라는 별명을 붙였지만, 월드컵에서의 펠라이니는 ‘훈훈한’ 선수로 기억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한국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한국의 이근호 선수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한 뒤 유니폼까지 교환했다.
세계 랭킹 3위, 러시아월드컵 예선 전적 9승 1무 무패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벨기에가 월드컵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펠라이니의 활약이 필수다. 월드컵에서 벨기에가 거둔 최고 성적은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의 4위이다. 하지만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기점으로 키워온 일명 ‘황금 세대’들이 점차 팀의 주축을 이루면서 2014년 월드컵에서는 8강에 진출했고 2015년 11월에는 피파랭킹 1위까지 올랐다.
펠라이니는 잉글랜드전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최고의 팀을 구성했다”면서 “월드컵에서 가능한 한 멀리 가고 싶다”고 말했다. 벨기에는 내달 3일 새벽 3시 일본과 16강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브라질ㆍ멕시코전 승자와 8강에서 격돌한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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