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4위 LG그룹이 '40세 총수' 구광모 신임 회장체제를 맞이하면서 구 회장의 숙부(叔父)인 구본준 ㈜LG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다. 조카이자 그룹 후계자인 구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자신의 독립행보에 속도를 내기 위해 '서둘러' 물러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LG는 29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故(고) 구본무 회장의 장자인 구광모 LG전자 ID사업부장(상무)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뒤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구광모 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전 회장과 구자경 명예회장, 고 구본무 전 회장에 이은 4세 경영인이다.
국내 10대 그룹 중 4세 경영인이 회장직에 오른 것은 LG가 최초다. LG그룹은 창업주 때부터 유교적 가풍에 따라 '장자(長子)' 승계 원칙을 강조했다. 구 전 회장이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고 나서 2004년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었던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입적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4세 경영의 막을 올리면서 구 회장의 작은아버지인 구본준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구 부회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4남 중 3번째로 현재 지주사인 ㈜LG 2대주주(7.72%)이기도 하다.
둘째 형인 구본능 회장과 동생인 구본식 부회장이 희성그룹으로 독립한 것과 달리 구 부회장은 LG에 남아 큰형인 구 전 회장을 도왔다. 구 부회장은 LG화학,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2016년부터는 ㈜LG로 소속을 옮겨 신성장사업추진단장 등을 맡으며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 구 부회장은 구 전 회장의 건강이 악화된 이후부터는 문재인 대통령 초청 호프미팅이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간담회 등 대외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재계 안팎에서는 구 부회장이 '경영 수업' 중인 구 회장의 지분 상속과 승진 등 예상되는 승계 수순이 마무리될 때까지 '징검다리 총수'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17일 급격한 구 전 회장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 LG그룹에서도 장자인 구광모 회장의 승계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이날 경영에서 일제히 손을 떼기로 한 구 부회장은 연말 인사를 통해 부회장직도 내려놓는다. 1985년 금성반도체(LG반도체 전신)에 입사하며 발을 디딘 지 33년만에 LG와 작별하게 되는 것이다.
구 부회장의 향후 행보는 과거 GS그룹, LS그룹 사례처럼 독립 경영에 무게가 실린다. 본인 소유의 ㈜LG 지분(7.72%)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특정 기업이나 사업부를 분리해 독자경영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분 평가액을 고려할 경우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은 분리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LG도 오너 4세 구광모 회장을 맞이하면서 작은아버지인 구본준 부회장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에서 조카에게 자리를 터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IMAGE-PART--|*|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구본준 LG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에서 열린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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