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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의 이 사람] 종신대통령 노리는 ‘21세기의 술탄’

입력
2018.06.29 17:00
수정
2018.06.30 00:1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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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에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에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4) 터키 대통령이 명실상부한 ‘21세기 술탄’으로 등극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52.6%를 득표해 2차 투표 없이 재선에 성공했다. 같은 날 치러진 총선에서도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AKP)은 42.7%를, AKP와 선거연대를 한 민족주의행동당(MHP)이 11.1%를 득표해 과반을 확보했다. 중도 좌파 성향 공화인민당(CHP), 우파 좋은당(IYI), 쿠르드계 좌파 인민민주당(HDP) 등 성향이 제각각인 야당들이 반(反)에르도안 연대를 펴는 배수진을 쳤으나 역부족이었다. 2003년부터 총리로, 2014년부터 대통령으로 이미 15년간 권좌를 지켜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선거로 사실상 종신 대통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지난해 국민투표를 통해 터키 공화국 건국 이후 94년간 유지되던 내각제를 폐지하고 대통령제를 도입했다. 개헌에 따라 대통령 임기는 5년이며 중임(重任)할 수 있고, 중임 임기 중 대통령이 조기선거를 실시해 당선되면 5년 임기를 추가 보장받는다. 이론적으로 에르도안은 79세가 되는 2033년까지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해진 셈이다. 특히 지난해 개헌으로 의회 동의 없는 공직자 임명, 의회 해산권, 대법관 15명 중 12명 임명권을 갖게 되면서 그는 제왕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6년 군부 쿠데타를 진압한 이후 집회를 제한하고 비판적 언론인 180명을 투옥하는 등 권위주의적 통치로 안팎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 아프린의 쿠르드 세력에 대해 군사작전에 나서는 등 민족주의를 조장하고, 히잡 착용을 허용하는 신이슬람주의 노선으로 서민과 보수층의 견고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올들어 달러화 대비 20% 이상 떨어진 리라화 가치, 12%에 달하는 물가상승률 등 가중되는 경제난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E(에르도안)- 피로’현상과 맞물려 민심이 이반될 가능성도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과시하는 아슬아슬한 외교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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