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종교나 양심에 따른 군 복무 거부자를 처벌하는 건 합헌이나, 군 복무를 대신할 제도(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건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당사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모양새다. 현재 병역거부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무죄 선고 가능성도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헌재는 28일 6(합헌) 대 3(위헌)의 의견으로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병역의 종류)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병역거부자의 처벌을 규정한 병역법 88조 1항에 대해선 4(합헌) 대 4(일부 위헌) 대 1(기각)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병역 거부에 따른 처벌의 불가피성은 인정하지만, 처벌 근거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병역거부로 2심 재판 중인 홍정훈씨는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 같은 사람에게 어제 헌재의 결정은 기적 같은 일”이라며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진전할 수 있게 만든,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홍씨는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고 했다. 그는 “이미 감옥에 갔다 온 분이나, 지금 감옥에 계신 분들에겐 확실하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런 점이 조금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결정이 굉장히 애매한 면이 있다”며 “(그러나) 저같이 항소심에서 (사건이) 계류 중인 사람은 재판부가 헌재의 결정에 따라 무죄를 선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고 밝힌 홍씨는 “각자의 양심에 따라 누군가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겠다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저처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지 않겠다고 선택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헌재 판결에 깊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는 분석도 있었다. 헌재가 병역법 5조 1항과 88조 1항을 전부 위헌 결정할 경우 현재 병역거부로 구속된 모든 수감자를 석방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것.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9일 YTN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병역을 거부한 사람과 병역을 기피한 사람이 구분 없이 석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이렇게 석방될 경우 다 재심사유가 돼 국가에 막대한 세금을 들여 돈(피해보상액)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그런 것을 고려해 (헌재가) 병역법 88조와 5조 1항을 분리해서 각각 법원과 의회를 향해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요체는 다원성, 다양성, 그리고 양심의 자유의 실현”이라며 “양심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국가는 사실상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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