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40대 남성이 빗속에서 범행을 재연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26일 오전 평소에 알고 지내던 50대 남성을 살해하고 사체를 인근 야산에 유기한 박모씨(48)의 범행을 현장검증했다. 박씨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현장검증에 임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8일 서울 노원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50대 남성 A씨를 흉기와 노끈으로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뒤 14일 이를 인근 수락산 자락에 암매장한 혐의(살인·사체유기)를 받고 있다. 이후 박씨는 여장을 하고 A씨의 계좌에서 800만원가량을 인출했다.이날 현장검증은 박씨의 자택과 시신 유기 장소 2곳에서 이뤄졌다. 검은색 캡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검은색과 파란색이 섞인 점퍼를 입은 박씨는 범행 동기와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범행 장소로 이동했다.
박씨는 자신의 거주지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동행한 경찰 5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장검증에 임했다. 박씨는 A씨를 흉기로 찌른 뒤 노끈으로 목을 졸라 A씨의 목숨을 앗아간 혐의를 받는다. 주민들은 호우 속에서 불안한 눈빛으로 현장검증 장소를 지켜봤다. 인근 주민 강모씨(65·여)는 "(박씨가 살던) 주택 2층에 사는 아저씨를 아는데 평소 인상이 좋고 잘 웃었다고 들었다"라며 "(박씨가) 혼자 살았고 범행을 저지를 사람같지 않았다는데 한 달 동안 안 보이다가 나타나더니 3일 만에 경찰에 잡혔다"라고 말했다. 박씨 자택에서의 현장검증 이후 시신 유기 장소인 인근 수락산 자락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박씨는 묵묵부답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시신을 오토바이에 싣고 1.8㎞정도 떨어진 야산으로 이동해 훼손·유기했다. 박씨는 시신을 두 곳에 나누어 암매장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박씨가 시신을 유기한 위치는 등산로 입구에서 떨어진 외진 곳이었다. 인근에 보행로가 있기는 했지만 유기 장소는 보행로로부터 50m가량 들어간 깊숙한 곳이라 잘 보이지 않았다. 총 40분가량 진행된 현장검증을 모두 마친 뒤 박씨는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은 채 경찰의 손에 이끌려 현장을 빠져나와 호송차에 올라탔다.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A씨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모욕해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조만간 조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박씨를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한편,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를 살해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23일 '도주 염려가 있다'며 박씨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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