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이 다 무슨 소용인가. 27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벌어진 경기를 본 전 세계 축구팬들은 의자에서 자빠질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독일은 세계 1위, 한국은 57위다. 57위면 심지어 자메이카(54위)나 부르키나파소(52위) 보다 낮은 순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독일을 2-0으로 눌렀다. 독일은 월드컵 무대 바깥으로 내던져졌다. 독일이 조별리그만 치르고 집으로 돌아간 건 월드컵 역사상 처음이다. 선수들은 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고 요아힘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 팀의 짧은 여름도 그렇게 끝이 났다. 정확히 열흘 만이다. 선수들, 관계자들, 팬들 모두 큰 충격에 빠져 있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멕시코, 스웨덴 상대로 졸전을 펼친 뒤에도 대부분 독일 사람들은 크게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을 잡고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 여겼다. 맙소사! 세 번째 경기 만에 이 아시아 팀은 독일 사람들에게 큰 교훈을 안겼다. 현재의 독일로는 국제 무대에서 어림도 없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 독일 팀에 내세울 만한 것이 뭐 있는가? 속도는 느리고 투혼은 찾아볼 수도 없으며 경기만 치르면 졸전인 데다가 위계질서는 다 망가져, 감독은 단 한 경기에서도 탁월한 전략을 못 보여줬다. 흠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당장 며칠 간은 뒷수습에만 매진해야 한다. 그 이후에 뢰브 감독의 거취도 결정될 것이다.
독일축구협회는 월드컵 개막 직전 뢰브 감독과 2022년까지 계약을 연장함으로써 두터운 신뢰를 보냈다. 지금 와서 보니 라인하르트 그린델 회장이 다소 성급한 결정을 내린 걸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은 뢰브 감독이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 누가 후임을 맡을 것인가? 그 물음에 대한 확실한 대답이 없다는 게 일단 문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조별리그에서 꼴찌로 탈락한 이 비난 받아 마땅한 결과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서는 이미 있다. 벨기에ㆍ네덜란드에서 개최된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0) 때를 돌이켜봐야 한다. 당시 1무2패로 꼴찌 탈락한 독일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대대적 개혁을 단행했다. 독일 축구계의 구조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쳤고 큰 그림을 그려 유망주 발굴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로부터 14년 뒤, 독일은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다. 지금 위기감은 독일 축구계가 크게 각성했던 2000년 그 때와 비슷해 보인다. 이미 오래 전부터 독일은 세계 최고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27일 카잔에서 똑똑히 목격하지 않았는가? 이제 다시 독일 축구계가 힘을 합쳐, 18년 전 그 때처럼 과감한 개혁을 추진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무니르 지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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