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이상이 종교적 신념 이유
2004년 병역거부 3명에 첫 무죄
현재 병역거부 966건 재판 계류
헌법재판소가 28일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이들을 위해 늦어도 내년 말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결정함에 따라 수십 년 간 지속돼 온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 처벌 역사에도 마침표가 찍히게 됐다.
병무청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지난해까지 군대 대신 감옥을 택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1만9,700여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99% 이상은 ‘여호와의증인’ 신도이고, 일부 다른 종교 신도나 성소수자, 평화주의 운동가도 포함돼 있다. 여호와의증인 측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이들이 감옥에서 보낸 누적 수감년도가 3만7,000여년에 달한다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2000년대 이전까지는 입영거부나 집총거부 등을 이유로 군사법원에 회부돼 최고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았다. 김대중 정부에서 활동했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박정희 정부 시절 집총을 거부한 병역거부자 가운데 구타와 고문으로 최소 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사회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민간 법원으로 재판관할이 넘어왔고, 이후에는 군 면제 최저한도인 1년6월 실형을 내리는 이른바 ‘정찰제 유죄 판결’이 굳어졌다.
이 같은 관행에 반기를 드는 소장 판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2년 1월 박시환 전 대법관(당시 서울남부지원 판사)은 병역거부 사건을 심리하던 중 처음으로 병역법 88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2004년 5월에는 이정렬 서울남부지법 판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 3명에게 첫 무죄 선고를 내렸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1 대 1 의견으로 유죄를 확정했고, 8월에는 헌재도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병역법 조항의 ‘합헌’을 선언했다. 헌재는 7년 뒤인 2011년 8월에도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두 차례 헌재 판결 이후에도 법원 판사들은 7건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며 헌재의 새로운 판단을 촉구했다. 2015년 6건, 2016년 7건, 지난해 45건, 올 들어 28건의 무죄 선고가 쏟아지는 등 하급심(1ㆍ2심) 판사들을 중심으로 한 ‘반란’이 갈수록 확산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한 판사는 판결문에서 “단일 법 조항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이와 같은 혼란은 사법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7년째 지연되고 있는 헌재의 병역거부 관련 선고를 지켜본 후 재판을 하겠다는 기류가 확산됐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법원에는 1,2,3심을 합해 총 966건의 재판이 계류돼 있다. 대법원 역시 작년 7월 이후 유죄 확정판결을 선고하지 않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연 평균 600명을 유지하던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수는 200명대까지 줄었다. 결국 대법원은 최근 ‘판례 변경’을 검토하는 전원합의체로 해당 사건을 넘기고 8월말 공개변론을 열겠다고 밝힌 상태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실형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도 변호사 자격을 못 받은 백종건씨는 “헌재의 대체복무제 도입 결정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감옥에 가야 하는 시대가 끝났다”며 “대법원과 각급 법원이 헌재 결정의 깊은 의미를 검토해 무죄를 선고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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