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상원 청문회 질문에
“CVID 없으면 협상장 떠날 것”
볼턴도 “과정 진행되길 기대”
동방경제포럼, 김정은 초대
트럼프 참석 땐 조우 가능성
남북러 경협에 힘 받을 수도
미국의 최고위 외교ㆍ안보 정책 담당자들이 연일 번갈아 가며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우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북한을 달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지만, 비핵화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군사적 옵션이 재가동되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미국 요구사항의 범위를 이해하고 있다”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미국의 요구 사항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CVID를 약속하지 않으면 협상장을 떠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또 외교가 실패하면 평화적 선택방안이 없어질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린지 그레이엄 위원장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세부적인 협의사항에 대해선 “그들(북한)이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우리가 바라는 최종상태를 달성하는 데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해선 “머지 않은 미래에 유해를 넘겨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9월 열리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북한의 적극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러시아를 방문중인 볼턴 보좌관은 이날 ‘동방경제포럼에 김정은 위원장이 초대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거기에 대한 답은 모르겠지만,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또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한 싱가포르 회담의 후속 과정이 빨리 진행되길 기대한다. 적어도 그게 우리의 희망이자 기대”라고 말했다. 이는 9월 러시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조우 가능성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진전 상황에 달렸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방 경제포럼은 러시아가 극동개발을 위해 주력하는 행사로서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참석 여부로 주목 받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통해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고, 한국은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 사업 등을 통해 남북 경협의 모멘텀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남북러 경협사업에 힘을 싣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유리 트루트녜프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최소 장관급 이상의 북한 대표단이 참석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위원장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ㆍ북ㆍ러 3자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그들의 바람에 따라 우리는 그것을 조직할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며 “러시아 측은 3자 대화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대러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하면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 개발 등을 놓고 정상들간 큰 판의 논의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의는 볼턴 보좌관이 빠른 비핵화 후속 과정을 촉구하는 데 보듯 현재 지체되고 있는 북미간 고위급 회담의 진전 속도에 달린 상황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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