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가 궁금해?]
#1
의원들 상임위 배정에 사활
SOC 예산 주무르는 국토위와
산자위ㆍ농수산위는 경쟁 3:1 넘어
20대 국회 전반기가 종료된 5월 30일 이후 사실상의 입법부 공백상태가 한 달 가까이 계속됐다. 국회의장도 없고 상임위도 구성되지 않아 민생, 경제법안조차 심의하지 않는 무책임한 상황이다. 뒤늦게 지난 27일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첫 회동을 갖고 원 구성 협상에 돌입했지만 제대로 일하지 않는 대의기관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매듭지어야 할 사법개혁특위 연장 문제와 여당이 원하는 남북관계특위 설치 여부는 물론 국회의장단 선출까지 여러 쟁점에 대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각 당의 노림수와 국회 전략을 짚어보기 위해 본보 국회취재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2
원구성 늦어지며 법안 1만건 계류
경찰청장 청문회 시한도 열흘 앞
일 안하고 돈만 또박또박 받아가
광화문 불나방(불나방)=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 인사청문회의 법정시한이 내달 9일인데 여야가 그 전에 원 구성을 끝내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올해도 가을야구(가야)=경찰청장에 무혈입성 하겠죠. 본인에겐 천만다행일 수도 있고요. 청문회를 맡을 상임위가 꾸려지지 않는다면 국회 절차를 진행할 수 없으니까요. 배가 없는데 사공들이 뭘 할 수 있을까요. 다만 그런 참사는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야당이 고까워서라도 청문회를 열려 할 테니. 아직 시간이 남았죠.
여의도 구공탄(구공탄)=4대 권력기관장 중 한 명이란 점에 비춰보면 문제가 있어요. 경찰 내부적으로도 오히려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게 부담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경찰청장은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니 인사 자체는 문제가 없어요. 정작 문제는 서민들은 작은 법규만 어겨도 과태료다 범칙금이다 엄한 처벌을 받는데, 국회는 법정시한을 상습적으로 어기며 일을 안 해도 의정 수당을 따박 따박 받아가니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불나방=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 역할은 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나요.
여당 탐구생활(탐구생활)=민생개혁 입법 드라이브를 통해 얼마나 효과를 내느냐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상반기 국회에서 선거와 개헌 이슈 등으로 발목 잡혀온 각종 개혁 입법 처리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정치권 안팎에 높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범 진보진영의 힘을 등에 업고 민생 입법을 연일 강조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죠.
가야=민생입법을 말로만 외치지 말고 실천하는 일입니다. 20대 국회 들어 계류된 법안이 1만 건에 육박할 지경입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의원들이 법안을 질러만 놓고 처리하지 않으니 이만한 직무유기가 없죠.
당나귀=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등 당장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정책ㆍ입법 이슈부터 해결해야죠.
#3
국회의장은 민주당 문희상 유력
부의장 한국당 한석, 남은 한석 두고
바른미래-평화와정의 경쟁 치열
불나방=국회의장은 민주당 문희상 의원이 확정될 것 같나요. 의장은 의원들을 대표하는 선배정치인 격인데 문 의원에 대한 평가가 어떤가요.
탐구생활=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소통을 중시하고 갈등 조정 능력이 탁월하다는 게 후배 의원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본인도 협치 국회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놨죠.
구공탄=본인을 ‘저팔계’에 비유할 정도로 유머와 낭만이 넘치는 정치인으로 유명하죠. 야당까지 아우를 포용력 넘치는 정치인으로 평가 받아 왔기 때문에 야당도 그런 국회 운영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불나방=여당 측이 문 의원으로 의장후보자를 내정하자 김칫국 마시지 말라고 민주평화당이 맹공을 폈는데. 국회부의장은 어느 정당이 가져가는 게 맞나요.
탐구생활=관례적으론 제1, 2당이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하나씩 가져가졌으니 민주당 국회의장 1석, 한국당 국회부의장 1석은 확정적이라고 볼 수 있겠죠. 나머지 야당 몫 부의장 1석을 두고 바른미래당과 평화와정의의 모임이 경쟁하고 있어요. 교섭단체 규모상 평화와정의가 원내 4번째라 관례적으론 바른미래당이 가져가는 게 맞겠지만 평화당은 민주당에 다당제 체제에서 국회의장 자체를 자유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엄포를 놓는 상황이라 관례 자체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없진 않아요.
당나귀=교섭단체 2개인 양당 체제일 때는 셈법이 간단했어요. 초유의 4개 교섭단체 체제가 되면서 복잡해졌습니다. 정답은 없는 거 같네요. 워낙 이해관계가 다층적으로 얽혀 있어서, 결과는 누가 협상을 잘하느냐에 달렸다고 봐야 할 듯해요.
구공탄=부의장을 한국당에선 이주영 원유철 의원 등이 노리고 바른미래당에선 정병국, 주승용 의원 등이 노린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불나방=상임위원장들은 각 당이 어떤 자리에, 왜 집착하나요.
가야=민주당은 운영위, 법사위, 정보위, 국방위 위원장을 가져오려 합니다. 반면 한국당은 운영위, 법사위를 내줄 수 없다고 버티니 서로 복잡한 수 싸움이 계속되겠죠. 바른미래당은 경제 관련 상임위원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요.
당나귀=상임위원장은 국토부 농림부 산업부 등 소관 예산이 큰 곳을 의원들이 대체로 선호합니다. 지역구 예산 확보에서 유리한 곳들이죠. 권력의 운용 측면도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운영위는 청와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죠. 법사위는 사실상 법안처리를 좌우하는 상임위입니다. 역대로 여당이 운영위를 맡아 정권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야당이 법사위를 맡아 정부 입법권을 견제해 왔습니다.
불나방=상임위원장이 되면 평의원보다 대우가 크게 달라지나요.
호밀밭의 세탁기(세탁기)=일단 ‘부동산’부터 달라지는데요, 국회 본관에 위원장실이 따로 생기고 비서실과 회의실, 거기에 원래 있던 의원회관 방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몇 배 정도는 커집니다. 별도의 특별활동비도 사용할 수 있죠. 당연히 회의를 소집할 권한과 안건 처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권한도 쥐게 됩니다.
불나방=개별 의원들도 어떤 상임위를 배정 받느냐에 상당히 민감한데 왜 그런가요.
가야=충청권에선 의원이 국토위에 배정받으면 지역신문 1면 톱에 실린다고 해요. ‘우리 고장의 자랑스런 000의원’ 이런 식으로요. 막대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주무를 수 있으니 특히 지방의 지역구 의원들은 사활을 걸죠. 농촌지역은 농해수위를 선호하고, 산자위도 경쟁률이 늘 3대 1을 웃도는 인기 상임위입니다. 반면 외통위, 법사위, 국방위는 영양가 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파다해요. 특히 지역구 의원들은 결단코 사양합니다. 그래서 늘 미달입니다. 의원 돌려막기를 하거나, 원내대표가 의원을 찾아가 다음에는 좋은 상임위을 주겠다며 어음을 날리는 경우도 있고요. 이와 달리 대권을 꿈꾸는 의원들은 이들 비인기 상임위에 전략적으로 지원하곤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때 국방위 소속이었죠.
불나방=한국당은 당 혁신방안을 놓고 내홍까지 겪고 있는데 제대로 된 원 구성 협상에 나서고 있나요.
구공탄=원내대표로서의 권위를 찾아야 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 같아요. 일부에선 김성태 권한대행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만약 원 구성 협상 때도 민주당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오면 김 권한대행의 리더십에 치명타가 될 수 있죠.
세탁기=김 권한대행에겐 의원들의 상임위 배분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 당 장악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도 되죠.
불나방=국회선진화법 이후 국회 운영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나요.
당나귀=몸싸움 폭력으로 얼룩졌던 동물국회가 식물국회가 됐다는 데 이견은 없어 보여요. 다만 정글을 그리워하는 ‘육식남’ 의원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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