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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킬러’ 태극전사들… 스웨덴ㆍ멕시코전 무기력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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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킬러’ 태극전사들… 스웨덴ㆍ멕시코전 무기력은 왜?

입력
2018.06.29 04:40
수정
2018.06.29 07: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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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캠프서 ‘이동 전쟁’

“반복된 체력 관리 실패가

1∙2차전 부진 원인” 분석

대표팀, 3차전서는 118㎞

상대팀 독일보다 3㎞나 더 뛰어

수비수 육탄방어도 9개로 압도

한국이 27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F조 마지막 경기에서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카잔=류효진 기자
한국이 27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F조 마지막 경기에서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카잔=류효진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 한국이 세계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활동량이었다. 한국은 슈팅수에서 11대 26, 점유율에서 30대 70으로 뒤졌지만 전체 뛴 거리는 118km로 독일(115km)을 능가했다. 한국은 선발 멤버 11명 중 5명이 11km 이상 뛰어 독일(3명)을 앞섰다.

독일의 맹공을 견딘 골키퍼 조현우(대구)의 선방(세이브 7개)과 수비수들의 헌신도 눈에 띈다. 한국의 블록(상대 슈팅 방어)은 9개로 독일(1개)을 압도했다. 90분 내내 육탄 방어를 선보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계를 딱 1주일 전으로 되돌리면 입맛이 쓰다. 한국은 세계 최강 독일을 누르고도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18일 스웨덴과 첫 경기 패배(0-1)가 치명적이었다.

한국은 스웨덴전에서 체력에 문제를 드러냈다. 스웨덴 선수들이 후반 중반 이후 눈에 띄게 지쳤지만 한국 선수들도 덩달아 발이 무뎌졌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우리가 수비를 하다가 공격하려는 마인드는 있었지만 체력적으로 충분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도 “후반 중반 이후 상대가 힘들어했을 때 우리가 체력이 남아 맹공을 퍼부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반면 멕시코, 독일과 2,3차전은 조금 나아진 모습이었다. 3경기 중 일찌감치 ‘올인’을 선언했던 제일 중요한 1차전에 선수들 체력은 정작 가장 바닥이었던 셈이다. 대표팀 관계자도 “1차전 때 선수들 체력이 최고점을 찍지 못했다. 준비 과정에서 분명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인정했다.

지난 18일 스웨덴과 첫 판에서 진 뒤 고개 숙인 김민우를 정우영이 위로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
지난 18일 스웨덴과 첫 판에서 진 뒤 고개 숙인 김민우를 정우영이 위로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

사전 캠프인 오스트리아에서부터 ‘이동 전쟁’을 하느라 선수들이 녹초가 된 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선수단은 지난 3일 한국을 출발해 오스트리아 빈까지 11시간 넘게 비행기를 탄 뒤 다시 버스로 5시간을 움직여 레오강에 도착했다. 2시간 거리인 독일 뮌헨 공항 대신 훨씬 먼 빈 공항을 택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이건 인천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남해로 내려간 거나 마찬가지인데 중고교 축구팀도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이렇게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크게 반발했다고 한다.

물론 빈으로 갈 때는 국적기를 탈 수 있고 뮌헨은 외국항공사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지난 3월 유럽 원정 때 선수 의사를 물었고 다수가 빈을 원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에이전트는 “협회가 판단해서 최적의 동선, 일정을 짜야지 선수들에게 물어볼 일은 아니다. 또 선수들 대다수가 빈을 원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오스트리아 내에서 두 차례 치른 평가전 장소도 숙소에서 각각 2시간, 1시간30분 거리로 상당히 먼 편이었다. ‘주장’ 기성용(29ㆍ스완지시티)은 지난 7일 볼리비아와 평가전을 마친 뒤 “사실 이런 일정은 조금 말이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 축구인은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나라가 이렇게 준비 노하우와 매뉴얼이 없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며 답답해했다.

특히 체력 관리 실패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도 참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축구협회가 브라질 대회 실패를 ‘반면교사’ 삼기 위해 펴낸 백서에도 여러 차례 기술돼 있다. 하지만 4년 뒤 똑 같은 일이 또 반복됐다. 이 위원은 “우리는 2010년(남아공월드컵)에 체력적으로 준비가 잘 됐을 때 어떤 결과(16강 진출)가 나왔는지, 반대로 2014년에 체력적으로 준비가 잘 안 됐을 때 어떤 결과(1무2패 탈락)가 나왔는지 모두 경험했다. 도대체 과거에서 무엇을 배운 것이냐”고 쓴소리를 했다.

포털사이트의 한 축구팬은 ‘모의고사(평가전)와 수능(스웨덴, 멕시코전)을 차례로 망치고 사법고시를 붙은 격’이라는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글을 남겼다. 또 다른 팬 역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의 줄임말)’지만 '진잘싸(1,2차전부터 진작에 잘 싸우는 것)'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카잔(러시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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