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비디오 판독(VAR)만큼은 ‘착한 VAR’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한국의 페널티킥 실점 빌미가 된 VAR가 독일과의 3차전에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27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독일과의 3차전에서 부심의 오판으로 날아갈 뻔한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결승골은 VAR 판정을 거쳐 득점으로 인정됐다.
이날 정규시간 90분을 모두 소진하고도 0-0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던 한국 대표팀에 승리의 여신이 미소를 지은 건 후반 추가시간 때였다. 후반 48분 손흥민(토트넘)이 띄운 코너킥이 한국과 독일 선수들이 엉켜있던 골 에어리어 안쪽 김영권 앞으로 흘러 들어갔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김영권은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독일 골네트를 시원하게 갈랐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하면서 김영권의 골은 증발할 위기에 놓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한 VAR 적용 가능 상황은 네 가지다. ▦경기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골 ▦페널티킥 ▦퇴장 ▦경고 선수 확인이다. 김영권의 골은 첫 번째에 해당했다. 마크 가이거 주심은 한국 팀 요청을 받아들여 VAR를 진행했다. 앞선 스웨덴 경기에서 VAR로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준 한국 입장에선 어느 때보다 긴장되는 상황이었다.
녹화 영상을 살펴본 주심은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오며 오른쪽 팔로 한국 진영을 가리켰다. 김영권의 득점을 인정한다는 제스쳐였다. 초조한 표정으로 심판을 지켜보던 11명의 태극전사는 그제야 마음껏 환호했다.
‘오심을 줄이겠다’며 이번 월드컵에 처음 도입된 VAR는 현재 그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VAR 적용 권한은 오로지 주심에게만 있는데, 승패의 향방이 결정될 수도 있는 중요한 상황에 VAR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때문에 ‘VAR 적용 기준의 자의성’을 두고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대표적인 경기가 26일 열린 조별리그 B조 스페인-모로코전이다. 이날 모로코는 후반까지 2-1로 앞서다가 추가시간 주심의 VAR를 통해 스페인 동점골이 인정되면서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주심은 그러나 스페인 수비수가 범한 핸드볼 파울에 대해 모로코의 VAR 요청을 거부하면서 ‘편파 판정’ 논란에 휩싸였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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