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은퇴 선언 2주도 안 돼
조지훈의 시 ‘낙화’ 인용하며
“일상으로” 페북정치 복귀
7월 美로 떠나 2~3개월 휴식
가제 ‘당랑의 꿈’ 자서전 준비
“페이스북 정치를 끝낸다”는 글을 끝으로 페이스북을 떠나는 듯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돌아왔다. 페북 은퇴 선언을 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홍 전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 시인 조지훈의 시 ‘낙화’를 게재한 뒤 “페이스북 정치는 지난 주로 끝내고 앞으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라고 온라인 복귀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로 시작되는 이 시는 떨어지는 꽃을 보며 느끼는 삶의 비애감을 담담한 어조로 표현했다. 정치적 의견 표현은 삼가고 야인으로서의 생각과 일상을 공유하는 용도로만 페이스북을 이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에 모습을 드러낸 홍 전 대표의 발언과 시의 내용은 사뭇 대조적이어서 홍 전 대표의 로키(low-key) 기조가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다. 홍 전 대표는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친박들이 내가 나가면 당 지지율이 오른다고 했다”며 “당 지지율이 오르는가 한 번 봅시다”라고 앙금을 드러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6일에는 당내 일부 의원들을 향한 독설을 끝으로 페이스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는 “내가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 우선 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10가지 유형을 열거했다.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가 지칭한 의원들 명단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그 뒤 홍 전 대표는 “나는 이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페이스북 정치도 끝낸다”고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다음달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나 2~3달가량 머물며 휴식을 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국과 귀국 날짜를 정확히 정해놓지는 않고 대학에서 연구활동을 하는 등 당분간 정치 현안과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 패배 직후에도 부인 이순삼 여사와 함께 미국에 체류했다.
홍 전 대표는 자서전을 준비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자서전 가제로 삼은 ‘당랑의 꿈’은 춘추시대 제나라 장공의 수레를 막은 사마귀의 일화에서 유래된 ‘당랑거철(螳螂拒轍)’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자서전에는 홍 전 대표의 어린 시절, 검사생활, 정치입문 등 인생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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