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엔 아시아 팬 향해 눈 찢기도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58)가 이번 대회에서도 사고뭉치로 전락했다. 그간 갖은 기행으로 구설에 오른 그였지만 이번 대회에선 인종차별과 경기장 내 흡연, 손가락 욕설 등 비상식적인 행동이 연달아 벌어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국을 응원하기 위해 러시아를 찾은 일부 축구팬들은 각종 돌발행동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와 자국 축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다.
마라도나는 27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2018 러시아월드컵 D조 조별예선 3차전이 열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중, 후반 41분 마르코스 로호(28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결승골이 터진 순간 양 손 중지를 치켜세웠다. 이 모습은 TV 중계카메라에 포착 돼 전파를 탔고, 소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도 전 세계로 확산되며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마라도나의 기행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6일 열린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가 맞붙은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선 몇몇 아시아 팬들을 향해 눈을 찢는 듯한 인종차별적 행동으로 비판 받았고, 심지어 관중석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마라도나는 자신의 SNS에 “솔직히 말해서 경기장에서 흡연하면 안 된다는 점을 몰랐다”고 사과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벌어진 일부 팬들의 차별적 구호엔 국제축구연맹(FIFA)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멕시코 관중은 지난 18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독일전에서 상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32ㆍ바이에른 뮌헨)에게 ‘푸토(PUTO)’라는 동성애 혐오 구호를 외쳤다. 덴마크 축구팬들은 21일 호주전에서 호주 팬들을 향해 물건을 던지는 등 소란을 피우고, 자국 국기에 성차별적인 응원 문구를 적어 논란이 됐다. FIFA는 최근 멕시코와 덴마크 축구협회에 각각 우리 돈 1,000만원과 2,200만원 가량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 밖에도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러시아 볼고그라드의 한 바에서 반 유대인 노래를 부른 뒤 독일 나치식 경례를 해 논란이 된 자국 팬 두 명에게 5년간 축구장 입장 금지 조치를 내렸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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