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예정됐던 규제개혁 점검회의가 전격 취소되며 회의 때마다 알맹이 없는 재탕 삼탕 대책만 내 놓는 일부 공무원의 안일함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혁신성장의 시동을 걸기 위해선 정부의 결단과 공무원의 적극적 태도와 함께 주도권을 아예 민간에 넘겨줘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당초 이날 회의는 지난 1월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혁신 토론회' 후 5개월 간 규제혁신 진행 상황 등을 보고ㆍ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회의 개최를 불과 1시간30여분을 앞두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준비 부실 등을 이유로 문 대통령에게 회의 연기를 건의했다. 특히 지난 토론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재탕 삼탕 대책들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그 동안 정부의 규제개혁 관련 회의에선 기존 대책을 재탕하는 문제가 반복됐다. 지난 4월1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제5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폐인체지방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 허용 방안’도 마찬가지였다. 하반기까지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해 지방흡입 시술 등으로 폐기되는 폐인체지방의 재활용을 허용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이는 이미 지난 2016년 4월27일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주재 제5차 규제개혁현장점검회의에서 발표된 것이었다. 2년 전 내용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다시 꺼낸 것이다.
이날 규제개혁 점검회의 역시 ▦초연결 지능화 혁신 ▦핀테크 활성화를 통한 금융혁신 ▦에너지신산업 혁신 ▦자율주행차 규제혁신 ▦드론산업 육성 ▦스마트시티 조성ㆍ확산 등 지난 1월 규제혁신 토론회 당시 발표된 내용에서 “관련법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등의 원론적 내용만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가 ‘소득주도’와 함께 주력하고 있는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신산업이 활발하게 창출돼야 하고, 이를 위한 규제개혁이 필수적인데도 정작 이를 수행해야 할 정부 부처는 얼마나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 정부의 규제 개혁이 성공하지 못한 것도 개혁의 내용 자체보다는 입법 환경과 행정실무 담당자의 소극적 태도에 기인한 측면이 컸다. 김성준 경북대 교수(한국규제학회 연구위원장)은 “실제 산업현장에 규제 개혁의 효과가 스며들려면 정부의 결단과 국회 입법, 그리고 행정실무 담당자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며 “정부ㆍ여당이 방향을 분명히 잡고 각 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이해 관계자들의 저항을 뚫고 정책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현재 이익 집단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규제들을 개혁하기 위해선 이익 집단과 규제 권한을 지닌 공무원을 모두 설득해야 한다”며 “규제 개혁 시 이익을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공론화하고, 손해 보는 이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정공법’을 통해 민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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