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방향보다 시행착오 문제라는 靑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행정역량 집중을
정책 엇박자 부처, 개각으로 다잡아야
문재인 정부 1기의 경제정책 성과만 놓고 보면 청와대 경제팀 교체는 미봉 수준이다.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어 놓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데도 고용쇼크가 발생하고, 최저임금을 역대 최고 수준인 16.4%나 올려도 소득 불평등은 오히려 악화했다. 소득주도성장의 보완책이라는 혁신성장은 정부 내에서 개념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쯤 되면 청와대가 실질소득 증대를 통해 성장을 견인한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집할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청와대 경제팀 교체 소식을 전하며 “문재인 정부 출범 2기를 맞아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정책에 더 속도감을 내기 위한 차원”이라며 문책성 인사를 부정했다.
물론 청와대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닐 터이다. 성장 일변도 정책으로 양극화를 심화시켰던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을 시작한 게 불과 1년 남짓이다. “지난 10년 동안 최저임금,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말만 많았지 착수하지 못하다 이번 정부에서야 착수했다"는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의 고별인사가 일리가 없는 게 아니다. 예산이 투입되는 각종 정책은 입법 지연으로 차질을 빚고 있고, 청소년 일자리 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3조8,000억원의 추경 예산은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급격한 정책변화 속에서 현상과 수치가 부풀려진 측면까지 감안하면 정책 방향이 문제가 아니라 시행착오였다는 청와대 입장을 무시할 수 없다.
청와대 입장을 십분 수용한다면 관건은 정책 집행 역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학자 출신이 앉아있던 경제수석 자리에 경제 관료 출신을 임명한 것 역시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유기적 결합을 염두에 둔 포석일 것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현실을 도외시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리라. 실제 소득격차 해소를 위해 도입한 최저임금 인상만 하더라도 유통ㆍ숙박업소 저임금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면서 혼란을 키웠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급여 및 퇴직금 감소를 우려한 운수종사자들이 무더기로 퇴사하는 바람에 일부 지역에서 교통대란 조짐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일단 해보고 난 뒤에 문제가 생기면 그 때 보완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문제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소득주도성장의 골자를 이루는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정책의 성패가 사실상 올해 하반기에 결판이 난다.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다음달부터 시행되지만 6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치면 내년 1월부터 위반 사업장 대표를 처벌하게 된다. 사실상 시행이 유예됐지만 지금처럼 준비가 없다면 6개월 뒤라고 크게 달라질 것 없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설상가상이다. 올해 인상분을 두고도 혼란이 거듭되는 마당에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인상분 논의에 시동을 걸면서다. 최근 KDI가 ‘최저임금이 올해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내년과 내후년에도 15%씩 인상된다면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시한 상태라 이해당사자간 조율이 시급하다.
모든 정책은 국회 입법을 통해 구현되기 때문에 청와대와 정부, 정부와 여당 간 긴밀한 협조도 절실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정책 집행 과정의 엇박자나 혼선은 용납될 수 없다. 최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공개 비판으로 도마에 오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처럼 정책 집행 능력에 문제가 있는 부처 수장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압승으로 확보한 국정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청와대 개편에 이어 김 장관을 포함한 소폭 개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 출범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기 위해 청문회 통과가 쉬운 정치인을 대거 입각시켰던 점에 비춰보면 업무평가에 기초한 과감한 개각이 필요해 보인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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