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하드디스크 디가우징에 관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렇게 한 근거에 대한 대법원의 설명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검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이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디가우징된 것으로 드러났다. 디가우징이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정보를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영구 삭제하는 기술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하드디스크가 디가우징된 시기는 지난해 10월이다. 검찰은 이에 관해 "작년 10월은 블랙리스트 문제에서 국민들의 의혹이 고조돼 2차 조사가 착수된 시점으로 디가우징 경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법원행정처는 "전산관리운영지침에 따라 대법원장과 대법관 컴퓨터는 디가우징 처리 후 보관하고 있다. 이는 다른 대법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해명했다. 박주민 의원은 법원행정처의 해명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행정처 전산장비운영관리지침 27조와 30조 2항이 적힌 부분을 캡처해 공개하며 "법원행정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인 데다가, 믿더라도 2014년부터 그렇게 한 근거에 대한 대법원의 설명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행정처의 전산장비운영관리지침 27조는 '사용불능전산장비'에 관한 내용으로 "물품운용관은 소관 전산장비중 사용할 필요가 없거나 사용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것이 있을 때에는 그 사실을 물품관리관에게 통지하고 반납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박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 "기술적으로 '사용불능'한 장비를 어떻게 한다는 것이지 장비를 사용불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의원은 또 "30조 2호(내용기간 경과 등으로 수리 사용할 수 없거나 수리하여 사용함이 비경제적인 경우의 '대법관 직무상 특성' 때문에 '내용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하는데, 다른 모든 법관 컴퓨터는 뒤에 후임 법관이 사용하는 것에 비추어 타당한 변명이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일부 사용자들은 "국가기관장이 6년간 근무한 기록을 모조리 날려도 상관없다면 그 자리가 왜 필요하냐. 동네 점방 경리를 6년 해도 기록을 그렇게 통째로 날리진 않는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하드디스크 디가우징에 관해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디가우징이라는 게 우리나라에서 범죄와 관련된, 또 증거인멸과 관련된 여러 가지 얘기들이 많았던 방법이었기 때문에 증거인멸의 의혹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며 "사법 농단에 더 붙여서 점점 더 의혹이 급증, 증폭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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